[BOOK책갈피] 프랑스, 병원 민영화로 환자 푸대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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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환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파트릭 펠루 지음, 양영란 옮김, 프로네시스
380쪽, 1만3800원

 “뇌출혈이 심한 할머니한테는 몸을 눕힐 수 있는 침대가 필요했다. 수익을 앞세우는 사설 종합병원들로부터도 딱지를 맞았다. 프랑스에서는 날이 갈수록 환자들의 입원이 어려워지고 있다.(P.21)”

시장주의 바람이 거세다. 완벽한 사회보장으로 유명한 프랑스도 예외는 아니다. 프랑스에서도 의료부문 기업화는 많은 논란을 낳았다.

파리 동부 생앙투안 공공종합병원 응급실 의사인 저자는 시장주의 의료개혁에 정면으로 반대한다. 반대의 근거는 현장의 생생한 경험이다. 저자는 “‘공공병원 기업화 정책’으로 예산을 삭감하고 병원을 통폐합하는 일은 공공종합병원을 비롯한 프랑스 사회보장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프랑스 전체 의료기관(2002년 현재 3592개) 중 사회적 불평등 해소를 위해 설립된 공공종합병원은 1011개다.

친시장적 개혁의 피해는 불법체류자나 성매매 여성·청소년·독거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 집중된다. 이들은 아파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없다. 병원들이 의료행위별 수가에 따라 환자를 골라 받기 시작해서다. ‘돈 안되는’ 환자처리를 서로 미루다 보니 1990년부터 15년 동안 10만여 개의 입원환자용 병실이 사라졌다.

민영화는 병원 직원 퇴출 바람도 몰고왔다. 저자는 “양쪽 다리가 마비될 위기에 놓인 환자를 자기공명장치(MRI)가 갖춰진 병원으로 보내 검사하려 했지만, 이를 운용할 인력이 없어서 치료가 지체된 적도 있다”고 개탄한다.

악화되는 치료환경, 어려운 근무여건, 불안정한 신분, 반토막난 연금 등은 공공종합병원 의사들을 부업전선으로 내몰고 있다.

비싼 치료비 부담은 중산층까지 위협한다. 저자는 “휴양이 필요한 봉급생활자 중에도 치료비 부담과 해고가 두려워 업무 중단 처방을 거절하는 형편”이라고 전한다.

프랑스와 우리의 의료제도는 다르다. 하지만 우리보다 앞서 의료보험 등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해온 프랑스의 경험은 타산지석이 될 수 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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