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全.盧씨의 재판 흠집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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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씨 변호인단이 퇴정과 공판 불참에 이어 마침내 1심 심리포기를 선언하고 이를 이유로 全.盧씨가 재판을 거부한 것은 이번 재판의 역사성과 정당성에 흠집을내기 위한 계획적 수순으로 보인다.주2회씩 공판 이 진행되는데대해 불만을 갖고 이의를 제기할 수는 있다.특히 지난 19차 공판에서 국선변호인이 미처 피고인과 면담기회도 가질 수 없었던점은 재판부에 대해 항의할만한 것이다.
그러나 주2회 공판이나 국선변호인선임이 사퇴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본다.공판을 주1회이상 열어선 안된다는 법은 없으며,과거에도 주2~3회씩 연 적이 있다.또 국선변호인에게 계속해 충분한 변론준비시간을 주지 않는다면 모를까 단 한차 례 미흡했다고 해서 바로 다음 공판에서 1심 심리 전체를 포기하고 재판을거부하는 것은 그런 일을 미리 노리고 기다려왔다는 느낌을 갖게한다. 변호인단은 재판부가 유죄의 예단(豫斷)을 가지고 형식적으로 재판을 진행시켜왔다고 주장했다.그러나 이제까지 상세한 신문과 답변이 있었던 점에 비춰볼 때 이번 재판이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변호 인단이성급히 1심 심리포기를 선언한 것을 볼 때 유죄의 예단을 가진쪽은 오히려 변호인단인 것 같다.
물론 재판의 신속성이나 효율성이 실체적 진실규명에 앞서는 가치일 수는 없다.그러나 지난 공판들에서 나타났던,재판자체를 농락하는 듯한 느릿느릿한 신문,같은 내용의 반복신문 등 의도적인시간끌기로 인해 재판이 지연되는 것은 막아야 한 다.또 증인만도 수십명에 달해 피고인들이 줄줄이 풀려나가게 된 상황에서는 재판의 효율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全.盧씨는 물론 변호인도 재판의 역사적 성격만은 잊지 말고 재판에 협조해야 한다.절차상의 사소한 문제점을 들어 재판을 정치문제화하거나 재판자체의 정당성에 흠집을 내려는 것은 두손으로하늘을 가리려는 것이며 국민의 분노를 자초하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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