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死後2년>下.북한.주변4강 관계점검-중국과 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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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일성(金日成)의 사망은 북.중 관계에서 두가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첫째는 한.중수교와 중국의 경화결제요구로 멀어졌던 옛 우정을되살리는 전환점이 됐다는 것이다.둘째는 김일성 사망 석달후 타결된 제네바 핵회담을 계기로 한순간 강해진 미국의 입김이 중국을 위협하게 됐다는 점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북.중관계에 대한 관심은 역시 확대된 미국의 대북 영향력을 중국이 어떻게 견제할 것인가로 모아진다.북한의 핵문제와 경제난등 중국이 독자적으로 감당할 수 없었던 사태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어쩔 수 없이 미국의 참여 를 눈감아 준지 2년.이제 북.미 관계는 중국이 염려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는 관측이다.
아직까지 중국은 4자회담에 대한 명확한 찬성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 북한간에 합의된 경수로건설과정에 중국의 협력여부도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불거져 나온다.북한과 대만간의 경제협력 움직임에 대해선 이미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다는 소문도 들린다.
중국은 자신을 위협할 만한 세력이 턱밑 한반도 북부지역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이는 역사적 사실일 뿐만아니라 엄연한 지정학적 분석에 기초하고 있다.따라서 중국은 이제 한반도 북부지역에서 전혀 다른 양상으로 확대 돼 가는 미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려 들 것이다.
최근들어 군사협력을 포함한 북.중 실무접촉사실이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내부에서 보수화현상이 대두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만하다.한국전쟁때 40만명의 희생자를 남긴 한반도를 소홀히 할수 없다는 주장까지 나오기도 한다.포스트 덩샤 오핑(鄧小平)체제의 출현으로 전통적 우방인 북한과의 유대가 강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동기는 다르지만 상대와 유대를 긴밀히 하려는데 있어서는 북한도 다를게 없다.국제사회에서 자리잡으려면 미국의 지원이 절실하지만 모든 것을 의탁할 수 있는 미국이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한 지렛대로서도 중국은요긴한 존재일 뿐만 아니라 북한이 「마지막」을 기댈 수 있는게중국이라는 사실을 김정일(金正日)은 한시도 잊지 않고 있을 것이다.이런 것들이 한반도 정치방정식을 복잡하게 하는 요인이다.
김용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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