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사람을 알면 財界가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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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재계실세 시리즈는 노출된 것같으면서도 사실상 베일에 싸여있는재계의 권력구조를 벗겨보자는 뜻으로 시작했다.주로 구(舊)정권을 대상으로 한 정계의 인맥분석은 있었으나 본격적인 재계의 권력구조 분석은 없었다.정경유착의 고리를 점차 벗 으면서 재계의영향력은 엄청나게 커지고 있는데 비해 재계 실세들의 역학구조는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때문에 이 시리즈로 재계실세들의 맥을 짚고 그 투명성을 좀 더 높여보자는 의욕을 갖고 출발했다.
때마침 지난해말을 전후해 재계는 대변혁을 겪기 시작했다.한국굴지의 기업들이 2,3세들에게 경영 대권(大權)을 넘겨주는 세대교체 러시를 이루었다.주군(主君)이 바뀌면 군사(軍師)들도 바뀌듯 회장이 바뀌면 그 측근과 실세들도 바뀌게 마련이다.당연히 간판급 원로경영인의 동반퇴진과 새 실력자의 부상등 권력구조의 변동을 가져왔다.지난주까지 20대그룹을 연재(주1회)하는동안 참으로 다양한 반응들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놀란 것은 해외로부터의 관심이었다.
우리 독자들에게도 익숙한 외국기업들이 보충자료를 요청해왔다.
주한외국대사관들과 미국.일본의 정부기관이나 대학연구소들의 관심도 눈길을 끌었다.세계화의 첨병이요,울타리없는 세계속의 한국기업을 느끼게 하는 단면들이다.국내 경쟁그룹은 물론 협력업체나 납품거래선들을 포함한 독자들의 반응도 컸다.취재와 기사작성.편집등은 신경이 곤두서는 고심(苦心)의 연속이었다.
취재과정에서 사주(社主)와 그 가족들의 얘기는 물론 실세들의관계를 짚자니 민감한 부분이 많았다.핵심인물들의 관계를 밝히고이들의 순서를 매김하는 것은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었다.기사에서 직접 밝히지는 않았지만 회장과 그 가족 들의 얘기는 상당부분 회장 자신이 밝힌 것이었다.
또 실세들의 순서는 회장의 설명을 최우선시 했으나 때로는 그룹의 공인순서에 따랐다.
연재하면서 재확인된 것은 한국기업의 세계화에도 불구하고 역시회장의 절대권력을 실감한 것이다.극히 몇개 그룹의 예외가 있긴하지만.또 일부 그룹은 규모와 영향력이 엄청나게 커졌음에도 오너를 중심으로한 의사결정 구조는 전근대■ 구멍 가게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듯한 느낌을 지울수 없었다.
기업문화의 차이도 피부로 느낄수 있었다.그룹차원이 아닌 재계전체의 구심점이 점점 약화되고 있고 21세기를 바라보는 비전 제시등 한국 경제나 재계 전체의 미래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다는아쉬움도 떨쳐버릴 수 없었다.
한편 취재진의 한계를 스스로 인정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취재중 사주 가족간의 재산권 분쟁등 깊숙한 얘기들을 포착하고도 속시원히 보도하지못한 아쉬움과 자책도 있다.또 부정적 측면에 대한 비판도 생각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그러나 재계의 재평가란 점에서 긍정적인 면을 많이 부각시켰음을 인정 해야겠다.한정된 지면으로 실세임에도 제대로 소개치 못한 사람도 있고,특히5대그룹은 비중있는 최고경영자들이 누락된 측면도 있다.
재계 취재기자로서는 실로 한세대를 마감하고 새 시대를 여는 격동의 현장을 기록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독자들의 격려만큼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점을 솔직히 인정하면서 계속 연재될 이 시리즈에 변함없는 격려와 질책을 기대한다.
박병석 경제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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