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균형된 역사교과서로 공정하게 가르쳐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역사교육의 편향성 논란이 또다시 불거질 조짐이다. 고교 한국근·현대사 교과서가 진원지다. 16개 시·도교육감들이 엊그제 고교들이 편향된 이념을 담고 있는 한국근·현대사 교과서를 고르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교과서 선정 권한을 가진 교장과 학교운영위원들에게 6종의 교과서 분석자료를 주고 연수를 실시할 계획이다. 수십 명의 보수 성향 인사들이 고교를 찾아가 ‘좌편향 현대사’를 바로잡는 역사특강을 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교육감들이 지적하는 문제의 교과서는 분단 책임을 미국이나 대한민국 정부수립으로 돌리거나 남한 경제성장의 부정적 측면을 강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반면 북한체제에 대해선 우호적·중립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이는 공정한 역사 기술이 아닌 만큼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렇다고 작금의 교육당국 처사나 일부 보수인사들의 움직임이 온당하다고만 할 수도 없다. 이전 정권에서 좌파 이념을 자연스럽게 주입하기 위해 편향된 교과서를 심사에서 통과시킨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렇다고 새 정부 들어 일종의 압력단체가 동원되어 교과서 선택에 압력을 가하는 것도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교재선택권이 정권과 시류에 따라 오락가락해서는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가 없다.

역사교육은 정파에 따라 한쪽으로 기울거나 치우치지 않게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교육당국은 기존 교과서의 오류를 수정하고 균형을 잡는 일부터 하는 게 올바른 수순이다. 학계의 논의와 검증을 거쳐 역사교과서 재집필을 서둘러야 한다. 이념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은 학자의 연구와 토론에 맡겨 빨리 새 교과서가 나오도록 해야 한다. 교과서엔 정확한 역사적 사실관계와 사회 구성원이 공유할 수 있는 가치만 담는 게 옳다. 이념적으로 편향되고 왜곡된 내용을 가르치는 건 어린 학생들에게 오도된 역사관을 심어주고 가치의 혼란을 불러올 뿐이다.

차제에 균형된 역사교과서 집필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여러 학자·전문가의 보편타당한 의견과 해석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게 한 방법이다. 교과서 검정 시스템도 정비해야 한다. 편향된 이념이 담긴 교과서는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도록 검정위원회 구성을 공정하게 하고, 다양화하는 게 대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