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책임논쟁보다 제도 개선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서울시가 지자제실시 1년을 맞아 현재의 지방자치 제도에 문제점이 많다는 내용의 백서를 발표했다.서울시장은 지난 1년 시정이 지지부진했던 이유가 지자제는 실시됐다지만 제도나 권한이 중앙정부에 집중돼 있어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는 내용의 주장을 폈다.
반면 중앙정부 입장을 두둔하는 신한국당은 서울시장이 무능하고업무파악도 못한채 인기관리에만 연연하니 시정이 난맥을 이룰 수밖에 없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양비론이라는 비판도 있을 수 있지만 우리는 이 양자에 모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우선 서울시가 지적한 지자제 자체의 여러 문제점은 우리도 인정한다.지난해 제도적 준비도 소홀한 가운데 법정시한에 쫓겨 지자제가 너무 졸속으로 시행됐다.중앙정부나 여당의 자세 역시 떼밀려 할 수 없이 지자제의 전면시행에 들어간 인상 이 없지 않았다.중앙집권적인 법령이나 제도는 그대로 두고 지방선거만 하면 지자제가 되는양 잘못알고 있었다.
지금 각 자치단체들이 돈없고,사람없고,권한이 적고,갈등만 많아 4고(苦)에 시달린다는 하소연들이 많다.지자제가 제대로 되려면 현지에 맞는 조례제정권의 확립,적절히 독립된 조직권및 인사권,재정적인 자립 등 제도와 여건을 갖춰야 한다 .서울시의 백서도 이런 점으로 요약될 수 있다.이런 점은 중앙정부나 여당이 반성할 대목이다.
그러나 무조건 제도의 잘못으로만 떠넘기는 서울시장의 자세도 온당치 못하다.사실 서울시장이 그동안 한 일이 무엇이냐는 비판이 적지 않았음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일부 단체장들이 똑같이 어려운 여건에서 훨씬 많은 업적을 낸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이런식의 중앙.지방간 책임 떠넘기기 싸움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된다.
다만 이런 논쟁과 평가의 과정에서 서로 개선할 점을 추출해내2년후의 지자체선거는 개선된 제도아래서 치르도록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중앙정부.국회.지자체간에 머리를 맞대고 고칠 것은 고쳐가는 생산적인 개선작업이 이뤄지기를 촉구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