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일기>SBS '남자 대탐험' 임현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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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나는 지금까지 어눌하고 코믹한 역할을 많이 해왔다.이미지가 거기에 어울리기 때문이라는 말도 듣지만 스스로도 재미있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걸 좋아한다.
그런 점에서 『남자대탐험』에서의 「영웅 아버지」역은 여러모로흥미가 있다.남자의 여러가지 속성,그 중에서도 남들에게 감추고싶은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배역이라 마음에 들었다.
「영웅 아버지」는 삼대가 모두 여자에 빠져든 집안의 남자다.
부인 몰래 애인을 만나면서 양쪽 모두에게 『내게는 당신밖에 없어』라고 말한다.부인에게 외도를 들키고 둘러대기에 바쁘다.중년남성들이 한번쯤 마음속으로 혹은 실제로 애인을 두 고 생활하는심정을 잘 표현하고 있다.
드라마가 전개되면서 애인을 찾아가려고 가출까지 한다.요즘 세태를 반영하는 것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중년남성이 사랑을 쫓아 가정을 버리는 일에는 반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처음으로 「여장」출연을 했다는 것이다.69년 MBC 1기로 탤런트 생활을 시작한 후 27년 연기생활동안 못해본 역할이다.독특하고 재미있는 경험이라 영화 『투씨』에서의 더스틴 호프먼과 같은 연기를 해보고 싶었 지만 잠깐 동안의 해프닝에 그쳐 아쉬움이 남는다.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픈 역할이다.
『남자대탐험』의 작가는 여자다.그러나 『어쩌면 저렇게 남자의심리를 잘 알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남자를 잘 표현하고 있다. 물론 『남자대탐험』은 여자를 근본에 둔 「남자 탐험」이라는 한계가 있다.제목대로 남자 세계의 전부를 다루지는 못한다.
하지만 남자에게 있어 중요한 부분인 여자를 다루기 때문에 마음에 든다.
이제까지 어떤 역이든 충실하고자 노력해왔다.앞으로도 드라마에「맛」을 더해주고 시청자에게 재미를 주는 연기자로 기억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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