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법원,기업 이익위한 비자금 인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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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비자금이 순수하게 기업의 이익을 위해 사용됐다면 공금횡령죄의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프랑스 대법원에서 나와 주목받고 있다. 프랑스 형사대법원은 최근 『비자금이 기업의 자산에 해를끼쳤을 경우에만 공금횡령죄가 성립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비자금이 회사의 이익을 위해 사용됐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이는 회사 간부가 비밀리에 공제한 회사공금(비자금)을 개인의 이익을 위해 남용한 공금횡령』이라고 덧붙였다. 이 판례는 지금까지 기업 비자금의 존재와 사용 자체를 공금횡령죄로 적용해 처벌하던 판례를 깨고 법원이 사실상 기업운영 목적의 비자금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프랑스 법원은 지금까지 기업의 공금이 사용목적에 관계없이 적법치 못한 방법으로 축적돼 사용되는 경우 공금횡령죄를 적용해왔다. 이에따라 프랑스의 상당수 기업인들은 기업의 이익보호 차원에서 비자금을 마련,마지못해 정.관계에 정치자금이나 뇌물을 주고도 처벌받아왔다.통신장비의 알카텔 알스톰,유리제조의 생-고뱅등 프랑스 굴지의 그룹들이 최근까지 사정(司正)도마에 올랐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기업주가 공사계약등을 따내기 위해 강압적으로정치인이나 공무원에게 뇌물을 준 사실이 밝혀져도 이 행위가 회사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는 점만 입증하면 기업주는 처벌받지 않게 된다.
물론 이 뇌물을 챙긴 사람은 뇌물수수죄로 처벌받는다.
파리=고대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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