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대표적 컬트영화 데이비드 린치감독의"이레이저헤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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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소문으로만 전해들은 심야 컬트영화의 대명사 『이레이저 헤드』가 올 여름 국내에서 개봉된다.수입사인 백두대간은 29일 밤12시 동숭시네마텍에서 일반관객을 대상으로 심야시사회를 가진뒤 7월 중순께 개봉할 예정.
개봉때도 심야상영을 1회 넣을지는 아직 미정이다(741-3391). 심야컬트영화는 일반 극장 개봉때는 별로 관객들의 반응을 얻지 못했지만 주말 소극장에서 심야상영되면서 매니어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아 장기상영되는 영화.영국영화 『로키 호러 픽처 쇼』는 미국으로 건너가 75년부터 89년까지 15년간 연속상영됐다.
『이레이저 헤드』는 『블루 벨벳』『트윈 픽스』『광란의 사랑』등 만드는 영화마다 충격적인 영상을 선보여온 데이비드 린치 감독이 29세때인 72년 촬영에 들어가 5년만에 완성한 작품.
린치 자신이 직접 각본.편집.미술.음향까지 맡을 정도로 애정을 보인 영화로 다양하게 변주돼온 린치의 영화세계를 가장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린치의 작품은 기괴한 영상으로 관객의 신체적 반응을 즉각적으로 불러일으키는 독특한 개성을 갖고 있다.여기에다 장면 하나하나가 초현실주의 회화처럼 시적 상징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에 싸구려 컬트영화에서 맛볼 수 없는 지적인 매력이 있 다.
『이레이저 헤드』는 마치 「인간은 어디에서 오고 어디로 가는가」라는 물음을 던져놓고 인간 영혼의 심연을 깊숙이 들여다보고있는 화가가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치열하게 그려낸듯한 생명과 죽음에 대한 이미지들이 압권이다.
마치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전화기를 보듯 인간의 내장을 투시해바라보는 사람이 그 공포스럽고 이물스런 존재감을 그림으로 옮겨놓은 듯하다.전갈의 형태처럼 몸속에서 꿈틀거리는 정충,꾸역꾸역밀려내려가는 배설물,외계인처럼 생긴 신생아의 이미지는 그 자체로 소름이 끼친다.린치는 인간의 미적 갈망을 극단적으로 배신하는 이 생명의 존재양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인간의 운명에대한 강렬한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포스트에 나오는 주인공 헨리의 머리는 심연을 봐버린 공포와 전율로 머리카락이 하늘을 향해 치솟아 있다.그의 머리가 떨어져나가 연필공장의 지우개로 쓰이는 장면은 신의 컴퓨터에 입력된 인간의 존재조건을 지워버리고 싶은 열망을 표현하는 것일까.
대사가 거의 없고 일관된 흐름을 가진 서사도 없기 때문에 다양한 해석과 추측이 가능한 점이 이 영화의 매력이다.미국에서는젊은층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으며 무려 99주동안 상영됐다.
남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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