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사실상 노예제 ‘하리야’ 폐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네팔 공산당이 주도하는 연립정부가 사실상의 노예제도인 ‘하리야’를 폐지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8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지주나 고리대금업자들로부터 돈을 빌린 뒤 노예노동을 하고 있는 가난한 농민 등 2만여 명이 속박에서 벗어나게 됐다.

하리야는 돈을 빌린 사람들이 이를 갚을 때까지 지주 등의 땅을 경작하게 하는 제도로 네팔 서부 9개 지역에서 지난 수십 년간 만연해 왔다. 경작을 하는 농민들은 매우 적은 돈을 받는다. 이 돈으로는 빚을 갚는 것뿐만 아니라 식구들의 생계를 이어가기도 힘들어 농민들은 빚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노예노동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하리야는 채무자를 노예로 전락시키는 악습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자나르단 샤르마 네팔 평화재건장관은 “정부가 6일 하리야를 폐지했다”며 “이를 위반하면 처벌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네팔 정부는 이와 함께 하리야에서 해방된 농민과 그 가족의 사회 복귀를 위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네팔 공산당은 왕정에 맞서 2006년 평화협정을 맺을 때까지 오랜 기간 내전을 이끌었다. 4월 치러진 총선에서 기대 이상의 압승을 거둔 뒤 왕정 철폐와 공화제 출범을 주도했다.

하현옥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