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對北정책 싸고 强.穩派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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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한의 미사일 수출 문제를 둘러싸고 미 국무부가 행정부내 다른 관련부처와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되고있다. 지난 21일 미 워싱턴 타임스지는 「지난 3,4월 북한이 최소 7회에 걸쳐 스커드-C미사일 부품을 이집트에 몰래 인도했다」고 단독입수한 미 중앙정보국(CIA) 비밀보고서를 인용,보도했다.이에 미 국무부가 발칵 뒤집혔다.
다음날 니컬러스 번스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 시간의 거의절반을 이 문제에 할애했다.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는 보도내용의 진위에 대한 확인은 회피한채 비밀문서를 언론에 유출시킨 정부내 「그 누군가」에 대한 비난과 분노로 일관했다.『국무부를 칼로 찌르기 위해 고의로 저지른 비열한 행위』『외교정책이 뭔지도 모르는 자의 불법행위』『공연히 정부부처간 분란을 조장하기 위한 공격행위』등 극단적 언사가 동원됐다.
비밀보고서를 유출시킨 장본인이 어느 부처 소속인지는 확인되지않고 있다.번스 대변인은 『몇군데 의심가는 곳은 있지만 공개할수 없다』면서 『그러나 국무부가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CIA라는 설도 있고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이라는 설도 있다.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국무부의 대북정책에 불만을 가진 쪽에서 일부러 흘렸을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과 북한은 지난 4월하순 베를린에서 1차 미사일수출통제협상을 가진 바 있다.또 다음달중 2차협상을 가질 예정이다.
***CIA유포설 나돌아 보고서 내용대로라면 북한은 한편으로대미(對美)협상에 응하는 체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미사일 수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에 따라 지난 90년 제정된 미 국내법은 미사일 기술의 불법 수출입국에 대해 2년간의 경제제재를 부과토록 규정하고 있다.보고서가 사실이라면 이미 경제제재를받고 있는 북한에 대한 제재는 강화되거나 연장돼 야 한다.또 중동내 미국의 맹방인 이집트에 대해서도 경제제재조치를 취해야 한다.「포용정책」을 표방해온 국무부로서는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對北전략에 차질 우려 경제제재 완화를 북한의 미사일 수출 포기를 끌어내는 「지렛대」의 하나로 활용한다는 것은 국무부의 공개된 전략이다.전략적 차원에서 알면서도 유지해온 비밀이 공개됨으로써 국무부는 사실상 이 지렛대를 잃게 됐다.협상카드로대북 제재완화 를 내세울 명분 자체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번 비밀보고서 유출파문은 대북정책을 둘러싼 미 행정부내 강.온파간의 묘한 갈등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그리고 한국으로서는 미 국무부가 그간 북한 핵문제를 이런 식으로,즉 북핵 존재를 알면서 일부러 외면한채 일련의 대북협상을진행시켜 온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게 됐다.
배명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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