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중견기업] 친환경 & 저비용, 두겹강판 일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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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금속판을 맞붙여 새로운 금속판을 만들겠다는 20년 전의 꿈을 이룬 해원MSC 이해식 사장. [강정현 기자]

그러다가 이 사장은 1996년 금속강판 제조회사인 해원ST를 설립했다. 해원ST가 자리를 잡게 되자 2002년부터 서로 다른 강판을 붙이는 작업에 돌입했다. 처음에는 이 사장 혼자서 하다가 나중에는 팀을 꾸렸다. 얇은 동판과 강철, 스테인리스와 강철판 등을 붙여봤다. 그러나 결과는 예전과 똑같았다. 붙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이 아이디어를 실현해줄 해외기술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사업을 위해 2003년에는 해원MSC를 설립할 정도로 열정을 갖고 뛰어다녔다. 이 사장은 해원MSC를 설립할 때 이미 독특한 기술을 갖고 있는 미국 MSC를 주목했다. 이 회사는 미국 GM·포드·크라이슬러 등 빅3에 제진강판(소음을 줄인 강판)을 납품하는 회사였다. 그래서 이 회사를 벤치마킹하자는 차원에서 회사 이름도 해원MSC로 지었다.

이 사장은 2년간 미 일리노이주 엘크 그로브에 있는 MSC 본사를 수차례 찾아갔지만 냉대를 받았다. 지친 그는 2004년 MSC 대신 일본 업체에 기술개발을 의뢰했지만 별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05년 이 사장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또다시 MSC를 찾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MSC의 태도가 확 달라져 있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공세로 빅3가 휘청거리게 되자 해외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MSC 내부에서 형성된 덕이었다. 다음 해인 2006년 MSC와 정식으로 기술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2007년 11월 그는 MSC의 미국 공장에서 에코틸을 시험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그에게 에코틸을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사장은 지난달 26일 수많은 금속 조각을 들고 상경했다. 에코틸은 서로 다른 금속 또는 같은 금속을 접착제를 이용해 붙인 제품이다. 따라서 에코틸은 철+구리, 철+스테인리스, 철+철 등의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질 수 있다. 철과 구리를 붙인 제품은 앞면은 얇은 구리이지만 뒷면은 얇은 철이 받치고 있는 형태다.

서로 다른 금속을 결합한 이유는 뭘까. “구리는 친환경적이면서 전자파를 차단할 수 있는 등 다양한 장점이 있는 금속이다. 그러나 가격이 비싸 건설현장에서 구리를 쉽게 사용하지 못한다. 구리와 철이 결합한 에코틸은 친환경적인 구리의 특성을 모두 가졌지만 가격은 구리로만 만들었을 경우의 30% 수준이다.” 또 스테인리스와 철을 접합한 에코틸은 스테인리스에 비해 절반 이하의 가격에 판매된다.

에코틸의 또 다른 장점은 방음·방진 효과다. 이 사장이 에코틸의 방음·방진 효과를 시연했다. 구리와 에코틸을 망치로 가볍게 쳤더니, 일반 구리는 에코틸에 비해 진동과 소음이 요란했다. 또 철 항아리와 에코틸 항아리를 망치로 두드리자 역시 에코틸 항아리가 소음과 진동이 훨씬 덜했다.

에코틸의 비밀은 다른 두 금속을 붙이는 데 사용되는 접착제에 있다. 전략적 제휴관계인 미국 MSC에서 제공하는 접착제는 방진과 방음 효과가 뛰어나 미국 GM·포드·크라이슬러 등 빅3에 납품되고 있는 제품. 이 사장은 “두 금속을 잇고 있는 접착제가 소음과 진동을 흡수하는 덕분에 에코틸이 방진과 방음 등에서 뛰어난 특성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에코틸의 용도를 다양하게 개발해 2010년에는 매출액 7000억원을 달성하는 목표를 세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희성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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