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삶과 문화

대한민국은 위대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열흘 남짓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태국·베트남·중국 여행을 다녀왔다. 성신신소재의 현지 공장을 취재하는 빡빡한 일정은 더운 날씨만큼 뜨거웠다. 어려운 여건에서 일하는 한국인들과 현지 근로자의 표정은 밝았다.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기업과 그들의 목표가 공유되지 못했다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여건과 환경 탓만 한다면 비겁하다. 어디 간들 제 나라보다 편하고 만만한 곳이 있을까. 한국인들은 근대 역사의 선배들이 그랬듯 불가능을 현실로 만들었다. 어려울수록 괴력을 발휘하는 유전자를 타고난 우리나라 사람의 특질은 전 세계 어디서든 어김없이 발동되고 있다.

최근 TV에 등장하는 “힘들지 않습니다” “외롭지 않습니다”라는 내용의 감동적인 CF는 사실이었다. 텔레비전 화면에 가득 찬 땀방울 흐르는 얼굴, 밀림 흙탕길에 빠진 자동차를 밀며 전진하는 연구원, 콧수염에 달린 하얀 성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하는 한국 기업인의 모습들…. 우리는 위대한 대한민국의 백성이 분명했다.

값싼 노동력이 전부가 아니다. 현지인에게 한국의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었고, 공존과 번영을 위한 노력도 돋보였다.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동화하는 성숙한 의식은 세계화를 지향하는 우리 기업의 역량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함께 살아야 할 동반자 관계를 멋지게 마무리한 한국인의 생각과 행동은 거짓이 아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민간 외교관으로서 기업인의 역할은 매우 크다. 우리의 정신과 문화를 구체적으로 전파시키는 창구가 되는 탓이다. 무릇 모든 문화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우리의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한국적 모델을 만드는 중요한 인자가 된다.

부정적 이미지는 사소한 것에서 비롯된다. 5년 넘게 유흥업소 출입을 삼갔다는 기업 간부의 행동은 이래서 돋보인다. 군림하지 않고 함께 아픔을 나누는 ‘정(情)의 문화’에 관습과 기질이 다른 외국인들조차 감동한다. 한번 친하게 되면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는 한국인의 습성은 마찰을 포용으로 바꾸었다.

200여 개가 넘는 지구촌의 국가들이 경쟁하는 올림픽에서 당당히 7위를 한 나라.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재들이 넘치는 나라. 성실과 근면이 상징으로 비치는 나라. 메이드 인 코리아의 제품이 고급으로 대접받고 있는 나라. 대한민국의 현재는 나라 안에서보다 밖에서 위상이 더 높았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한다. 턱없는 궁상과 패배주의를 벗어버리고 자신감 넘치는 현재를 이끌어가야 할 당위의 회복이 중요하다. 여러 문제들이 앞을 가로막고 있지만 대한민국의 실력은 절대로 허약하지 않다. 하지만 단군 이래 최고의 번영을 구가하고 있는 이 나라 백성의 자부심은 질적 내용에 훨씬 못 미친다.

스스로를 접대하지 않는다면 타인의 시선은 폄하하는 내용으로 채워지기 일쑤다. 내 집 강아지를 발로 차면 남들은 잡아먹는 이치와 다를 게 없다. 위대한 대한민국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가꾸어야 할 필요는 넘치고 넘친다.

중국의 방송은 올림픽이 끝난 지금에도 여전히 우승자의 경기 모습을 경쟁적으로 방영하고 있다. 성공한 올림픽을 자축하면서 온 국민의 자부심을 각인시키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의도적인 애국심의 강요일 수 있다. 작은 것도 큰 의미로 바꾸는 판에 큰 것을 극대화시키는 그들의 재주는 놀랄 만하다.

국가적 자부심과 당당함은 더 큰 것을 이끌어내는 바탕의 힘이 된다. 비교우위의 관점에서 이끌어내는 협상이 실패할 리 없고, 근거 있는 실력은 부정당하지 않는다. 자신감을 바탕으로 지닌 힘이 정당하게 사용될 때 대한민국은 더 커져 갈 것이다. 나는 대한민국 사람이다. 우리는 위대하다. 위대한 국민은 안에서 싸우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상대는 세계다. 세계에서 승리하는 사람은 더 위대하다.

윤광준 사진가·오디오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