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피도컵축구>수비 빙자한 난폭축구에 선수들 병원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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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축구장인가,4각의 정글인가」.
96프로축구 그라운드는 어느 스포츠용품 메이커의 광고CF가 무색할 정도의 「공포축구」로 선수와 관중을 으스스한 전율속으로몰아넣고 있다.
20일 전북-포항전은 올시즌 프로그라운드의 살벌한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 한판이었다.포항의 스트라이커 라데는 킥오프 휘슬이 울리자마자 몸싸움을 빙자한 린치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공중볼을 다툴 때는 팔꿈치와 머리로,센터링이 넘어올 때는 프로레슬링의 「코브라 트위스트」를 연상시키는 묘한 기술로 전후반90분간 괴롭힘을 당한 라데의 입언저리는 스파링을 마친 권투선수처럼 퉁퉁 부어 있었다.
포항도 당하지만 않겠다는듯 전북의 스트라이커 김도훈을 박치기로 공격,왼쪽 눈두덩이가 4~5㎝나 찢어져 26바늘이나 꿰매야하는 중상을 입혔다.김은 박치기를 당할 때의 충격이 너무 큰 나머지 그라운드에 나뒹굴면서 손목을 다친 사실조 차 기억하지 못했다. 올시즌 프로축구는 스타플레이어들의 수난으로 점철되고 있다.천안일화의 고정운,부산대우의 김주성,수원삼성의 바데아,전북의 비탈리 등이 한결같이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밟지 못하고 있다.모두 거칠고 우악스런 플레이에 희생된 경우다.이같은 분위기는 심판들의 제어능력 부족과 엄격성의 결여로 더욱 심화되고 있다. 당연히 경고 또는 퇴장을 줘야 할 파울을 용인하다보니 한번의 파울이 또한번의 보복성 파울을 부르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축구전문가들은 『최근 지나친 승부욕 탓에 프로축구 그라운드에페어플레이정신이 사라졌다』고 개탄하고 있다.
더티플레이의 만연은 선수들을 위협하고 경기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스타플레이어들의 플레이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팬들에 대한 또다른 폭력이다.
이 때문에 뜻있는 축구인들은 『축구선진화를 위해서라도 「폭력축구」를 막기 위한 엄격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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