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한 비판 자제 … 물밑 협상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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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3일(현지시간) 북한의 영변 핵시설 복구 움직임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북한에 요구해 온 핵시설 검증 체계에 대해선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지만, 북한에 대한 비판은 자제했다. 오히려 6자회담 틀을 이용해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이날 “그간 6자회담 진행 과정에 기복이 있었다”며 “북한이 의무(핵불능화)를 지킬 것으로 기대하면서 진전을 위해 파트너들과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이 이날 “현재로선 북한의 영변 시설 내 일부 장비 이동이 핵시설 복구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 것도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이날 워싱턴에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와 회동한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도 “북한에 과잉 대응해선 안 되고 협상으로 해결한다는 것이 한·미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행동은 테러지원국 해제를 위한 압박용이며, 영변 장비 이동도 핵시설 복구의 시작이라기보다 ‘시작을 위한 준비’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해 미국의 입장을 짐작하게 했다.

매코맥 대변인은 “5일로 예정된 힐 차관보의 베이징 방문은 중국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중국이 사태해결을 위해 대북압박(중재)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힐 차관보와 회동한 한국 정부 당국자도 “(한·미가) 중국을 활용해 북한이 핵시설 복구 같은 극단적 조치를 하지 말라고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빅터 차 전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조지타운대 교수)도 “현재 중국이 매우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나아가 사태 핵심인 북핵 검증과 관련해 북·미 간에 물밑협상이 진행 중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북핵 문제가 선거이슈로 부각되는 것을 경계하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행정부가 시간벌기용 협상에 나선 것뿐이란 시각도 있다. 북핵 문제가 파국으로 치달을 경우 공화당의 재집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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