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는데 실패한 코미디영화 "어른들은 청어를 굽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웃겨야 살아 남는다」.충무로에서 데뷔하는 감독들에게 통용되는 보편적인 문법이다.코미디영화가 잘 되고 일단 첫 작품에서 어느 정도 흥행성과를 거둬야 감독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생존법칙이다.
최근 줄줄이 쏟아져 나온 감독들의 데뷔작에는 대부분 이 강박관념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22일 개봉되는 유숙현 감독의 데뷔작 『어른들은 청어를 굽는다』(박구홍 원작.삼환영화사 제작)도예외가 아니다.
이 영화는 결혼 10년째로 접어든 공엽(허준호)과 이혼한 아내(이응경),그리고 공엽의 애인(이하얀)등 세 사람의 관계를 아홉살난 아들의 눈을 통해 들여다본다.감독의 의도는 사랑이라는감정 속에서도 자신의 이해관계와 아집에서 벗어나 지 못하는 어른들의 때묻은 세계를 아이의 맑은 눈에 비춰보려는데 있었던 것같다.그러나 이 영화는 웃겨야 된다는 지나친 강박관념 때문에 배역의 성격도 깨지고 스토리 전개도 매끄럽지 못하다.더구나 아이에게까지 개그맨의 임무를 주는 바 람에 관점자체의 일관성도 해체돼 버린다.결과적으로 웃음을 의식하는 바람에 웃음을 사라지게 했다는 인상을 준다.
남재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