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텃밭을 가꾸는 기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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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어제 가져온 상추가 어쩌면 그렇게 맛이 있냐?내 오늘 아침에 절반이나 먹었다.』 고맙다며 전화를 끊으시는 시어머님의 목소리에 텃밭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야채들의 싱싱함이 묻어있는 듯하다.큰아이 방 창을 통해 내려다보이는 나의 텃밭이요,우리 동네의 주말농장에는 여러가지 작물이 있다.배추.무.오이.호박.옥수수 .강낭콩.상추.쑥갓….
동네 가운데 공터로 남아 온갖 쓰레기로 덮여있던 곳을 작년 봄에 땅주인을 포함한 여러명이 쓰레기를 정리하고 땅을 개간(?)해 훌륭한 농장으로 만들었는데 금년 봄엔 나도 그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다.
농사 전문가(?)이신 친정어머님을 초빙해 강의를 듣기도 했다. 땅을 일구는 방법,씨를 뿌리되 밑거름도 함께 넣기,새들의 공격이 심하므로 신문으로 잘 덮어 눌러두기,솎아내는 방법,웃거름 주는 시기,호박이 옆으로 퍼져 잘 자랄 수 있도록 넝쿨 꺾어주기 등의 강의를 듣고 실천한 결과 요즈음은 날마 다 상추와쑥갓.배추.근대 등을 한 소쿠리씩 솎아다 식탁에 올리고 있다.
며칠 전 들르신 친정어머님께서도 「제자」가 가꾸어놓은 솜씨가훌륭하다며 칭찬해주셨다.
비록 십여평의 땅에 짓는 농사지만 날마다 한시간 이상 땅과 함께 하면서 나는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각종 음식물 찌꺼기들을 작물 사이에 묻어주면 땅은 놀라운 소화력으로 그것들을 좋은 거름으로 만들어 준다는 것,들인 정성만큼의 결과를 반드시 제공하는 정직한 유기체라는 것,똑같은 땅에뿌리를 내리고 사는 작물임에도 성질이 다르고 열 매도 다르다는것…. 이제 6월이 지나 7월이 되면 우리집 식탁은 더욱 풍성해지리라.오이.호박.풋고추.깻잎,그리고 햇볕에서 잘 익은 토마토가 있을 것이므로.
김성임 서울서초구방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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