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서울시청 비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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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구약성서 창세기(創世記)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方舟)얘기다.
노아 일가가 방주로 옮긴지 7일째 되는 날부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해 밤낮없이 40일간 계속됐다.비가 그친 후 1백50일동안세상은 물이 넘쳤다.40일후 노아는 창 밖으로 까마귀를 날려보냈다.까마귀는 돌아오지 않았다.이번엔 비둘기를 날려보냈다.비둘기는 앉을 곳이 없어 방주로 돌아왔다.7일후 다시 비둘기를 날려보냈더니 비둘기는 올리브 가지를 입에 물고 돌아왔다.1주일후다시 비둘기를 날려보내니 비둘기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노아는이로써 물이 빠진 것을 알았다.
비둘기는 풍요의 상징이다.고대 바빌로니아 신화의 이슈타르여신,고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미(美)의 여신 아프로디테 등 사랑과 풍요를 상징하는 신들과 연결된다.기독교에선 삼위일체의 하나인 성령(聖靈)의 상징이다.누가복음엔 예수가 세례 요한으로부터세례를 받자 하늘이 열리며 성령이 비둘기처럼 내렸다고 기록돼 있다. 비둘기 사육은 기원전 3000년 이집트에서 시작됐다.12세기 바그다드의 술탄은 비둘기통신을 개발했으며,칭기즈칸은 전쟁에 비둘기를 사용했다.19세기 전보가 아직 없던 시절 브뤼셀과 베를린간 통신에 비둘기가 사용됐다.20세기 들어와서 도 비둘기는 비상연락용으로 사용했다.통신용 비둘기의 최장 비행기록은3천7백㎞나 된다.
유럽 도시의 광장은 비둘기 천국이다.영국 런던 트라팔가르 광장의 비둘기떼는 런던의 명물이다.광장 한가운데 서 있는 높이 56의 넬슨기념주(柱)위에 서 있는 넬슨제독상(像)의 비둘기 배설물을 치우는 것이 런던시로선 골칫거리지만 비둘 기는 런던시민과 관광객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서울 시청앞 광장 비둘기들이 언제부턴가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다.6년전 1천5백마리던 것이 지금은 5백마리로 줄었다.대기오염을 견디다 못해 한강변.고궁 등으로 피난간 것이라 한다.공해에 강하다는 비둘기도 견디다 못해 떠나는데 사람 은 어떻겠는가.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사람 가까이/사람과 같이사랑하고/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김광섭(金珖燮)의 『성북 동 비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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