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보고 “와~” 볼트 보고 “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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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3일(한국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수퍼그랑프리 애슬레티시마 대회 200m 결승. 베이징 올림픽 남자육상 단거리 3관왕 우사인 볼트(22·자메이카)는 출발 총성과 함께 번개처럼 스타팅 블록을 박차고 나갔다. 곡선 주로를 빠져나간 볼트는 결승선을 30m가량 남긴 순간부터 속도를 늦추는 모습이 역력했다. 19초63.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추란디 마르티나(네덜란드령 마르티나·20초24)에 0.61초나 앞선 기록이었지만 세계기록(19초30) 경신을 기대했던 관중의 기대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관중석에서는 최선을 다하지 않은 올림픽 챔피언을 향해 야유가 쏟아졌다.

“괜찮은 기록”이라고 자평한 볼트는 “내가 (베이징 올림픽에서) 육상의 역사를 썼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신기록과 엄청난 결과를 기대한다. 사실 오늘 레이스에서 막판에 내 최대치로 달리지는 않았다. 시즌이 끝나가는 지금은 좋은 기록보다 우승하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부상 없이 시즌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속도를 줄인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의 주인공은 볼트보다는 아사파 파월(26·자메이카)이었다. 파월은 100m 결승에서 9초72로 우승을 차지했다. 5월 미국 뉴욕에서 볼트가 기록했던 종전 세계기록과 타이다. 역대 2위 기록이자 파월의 개인 최고기록(종전 9초74)이기도 하다. 관중은 비록 볼트의 세계기록(9초69) 경신에는 실패했지만 최선을 다한 파월에게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볼트-타이슨 게이(26·미국)와 단거리 3파전을 예고했던 파월은 100m 결승에서 5위에 그쳤다. 100, 200m를 모두 뛰는 볼트나 게이와 달리 파월은 100m 스페셜리스트다.

하지만 지난해 오사카 세계육상선수권에서는 게이에게, 이번 올림픽에서는 볼트에게 밀리는 등 메이저 타이틀과는 거리가 먼 파월이다.

파월은 “올해 모든 문제를 털어버린 뒤 개인 최고기록을 세우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볼트도 자신의 기록에 다가서는 파월에게 “오늘 밤 정말 잘했다”고 축하해줬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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