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 높은 토론의 장 마련이 언론 역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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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시대의 흐름을 넓고 깊게 바라보는 역할을 언론이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수준 높은 토론의 장을 언론이 마련하고, 그곳에서 나온 제언들을 정부에 전달해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이 시대 언론의 사명이다.”

중앙일보와 유민문화재단 공동 주최로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중앙 글로벌 포럼’이 열렸다. 이 행사에 참석한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의 아키야마 데루토(秋山光人·사진) 국제담당 상무는 3일 “이번 포럼은 언론으로서의 리더십을 발휘한 행사였다”고 평가했다.

-‘새로운 아시아, 미국의 역할’이란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 참가한 소감은.

“미국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둔 시기에 매우 적절한 기획이었다. 게다가 한국·중국·일본과 미국, 그리고 유럽의 유력 정치인과 학자·언론인이 두루 한자리에 모여 활발한 토론을 벌인 것은 의미가 크다. 니혼게이자이 신문도 마찬가지지만, 이제 신문사 등 언론은 일상적 보도와 논설 뿐 아니라 이같은 포럼을 통해 다양하고 수준 높은 정보를 독자와 정부에 제공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올해로 14회를 맞이하는 ‘아시아의 미래’ 포럼이 대표적이다. 정치·경제 분야의 아시아 리더를 초청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지면에 소개한다. ‘일본판 다보스 포럼’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일본 총리가 매년 이 행사에서 정책 연설을 한다.니혼게이자이가 아시아의 리더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일본 총리가 외교나 주요 정책을 공표하는 것이다. 또 한국의 중앙일보, 중국의 신화사와 손잡고 각국 민간 지도자들로 구성된 ‘한·중·일 30인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제4차 회의가 내년에 서울에서 열린다. 이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주창했던 ‘한·중·일 정기 정상회담’이 현실화된 것을 우리는 높게 평가한다. 일본 측 좌장인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가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에게 30인 회의의 주장을 담은 제안서를 건냈고, 이후 3국 정부 간에 합의됐다. 후쿠다 총리가 1일 갑자기 사의를 표명해 당초 이달 중순으로 예정됐던 회담이 연말쯤으로 연기될 공산이지만 그런 합의가 이뤄졌다는 것 자체가 큰 수확이었다.”

-이번 중앙 글로벌 포럼 내용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개회사에서 앞으로는 단순히 ‘한·중·일’ ‘한·중·일+미국’의 개념이 아니라 ‘전세계 속의 아시아’라는 차원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또 에니 팔레오마배가 미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소위 위원장(민주)의 ‘만일 공화당에서 민주당 정권으로 바뀌어도 미국의 대 아시아 정책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매우 안심했다.”

-최근 중국에서 혐한론이 확산되고 있다. 과거에 비슷한 경험을 겪은 일본은 어떻게 대처했나.

“중국은 올림픽을 통해 전세계에 그 위상과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줬다. 다만 올림픽 경기 과정에서 소박한 내셔널리즘이 배어나왔다. 앞으로 중국은 대국에 부합하는 모럴(moral, 도덕의식)을 갖춰야 한다. 중국도 자제해야 하지만 한국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보다는 냉정하게 대처해야 한다. 아시아 지역 안정을 위해선 미국 뿐 아니라 한국과 중국, 일본에게도 서로의 역할이 있는 법이다. 신 냉전과 같은 사태가 오지 않도록 서로 지혜를 짜내야 한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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