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평>미국 록그룹 사운드가든 "다운 온 더 업사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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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미국 워싱턴주 항구도시 시애틀은 올터너티브 록의 진원지로 불린다.80년대 말에서 90년대 전반에 걸쳐 마치 폭풍처럼 불어대고 있는 올터너티브 혁명의 바람이 바로 이곳에서 씨앗을 싹틔웠기 때문이다.
올터너티브 록을 일컬어 「시애틀 사운드」라 표현하는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에서다.당대 최고 인기밴드인 올터너티브 빅4(펄잼.니르바나.앨리스 인 체인스.사운드가든)가 모두 시애틀 출신이라는 점은 더욱 그 타당성을 뒷받침한다.
미국의 록음악이 대부분 동부의 뉴욕.보스턴이나 서부의 로스앤젤레스.샌프란시스코 등지를 중심으로 기반을 다져왔기 때문에 그누구도 시애틀에서 올터너티브 록이 출현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시애틀 사운드는 따라서 지역적.문화적 조건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기보다 어느 영웅의 갑작스런 등장으로 인해 그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그 원조가 바로 사운드가든인 것이다.
94년 『슈퍼런노운』에 이어 2년만에 발표한 신작 『다운 온더 업사이드』는 정작 시애틀 사운드의 정수가 무엇인지를 깨닫게해준다.기존 헤비메탈의 과격하기만 한 소리대신 시원히 터지는 듯한 즐거움을 선사하고 여기에 느리지만 마치 최면을 거는 듯한묘한 매력을 주는 사운드.이런 느낌은 이번 음반에까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발매음반의 첫곡인 『프리트 누스』의 경우 전작 히트곡 『블랙홀 선』처럼 애교스럽지는 않지만 요즘 신세대의 구미에 아주 잘 맞는 리듬과 음향을 채택하고 있다.이어 강력한 기타리프가 삽입된 『리노사워』와 엄청난 스피드에 공격적인 메시지가 압권인 『타이 콥』,그리고 신시사이저 음이 특이한 『애플바이트』등이 매력을 뽐내고 있다.이외에 총 16곡에 이르는 음반전체를차분히 음미해보면 과연 시애틀 사운드가 이런 것이구나 하는 확신과 그 인기 이유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평점 ★★★★☆(5개 만점) 글:이효영(팝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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