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밖에서 보는 한국부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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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 의회조사국(CRS)의 「한국의 시장개방 전망」이라는 보고서는 적(敵)으로서의 관점이냐,동지로서의 관점이냐를 따지기 보다 거기에 포함된 낯익은 한장의 사진같은 구절들이 그 친밀성때문에 읽는 사람을 놀라게 한다.『한국 기업은 정부의 인.허가를 받기 위해서 관료와 정치인들에게 엄청난 돈을 쓴다』『뇌물을주면 특혜도 주고 제재도 막아 준다』는 등의 지적이 그것이다.
뿐만 아니다.지난 12일자 헤럴드 트리뷴지(紙)의 사설은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지(誌)의 「한국의 부패」라는 기사를 전재하고 있다.『한국에 정직한 관리가 한 사람이라도 있는 것일까.
요새 한국에서는 부패혐의로 재판 받는 관료와 기업 인의 모습이거의 매일 일과처럼 되어 있다』고까지 쓰고 있다.우리가 우리 자신의 모습을 꼬집어 가며 살피기를 저어하는 것은 수치감 때문이기도 하다.그러나 요즘 「건(件)」만 생기면 한국의 관료부패문제를 대문짝만큼 다루지 않는 국제 적 신문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불행하게도 2002년 월드컵축구 유치기사는 하루로끝났음과 꼭 비교해야 할 일이다.
CRS보고서는 한국 관료의 부패는 한마디로 너무 까다로운 규제와 이 까다로운 규제를 자의로 더 얽어매기도 하고,풀기도 하는 관료와 정치가들의 행태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다만 풀어주는데는 「돈」이 들어간다.이것이 부패의 정체라는 것이다.
마침 우리나라 감사원의 부정방지대책위원회 조사에서는 정경유착과 권력형 비리를 위한 기업 「비」자금 규모가 연간 1조8천억원에 이른다고 분석됐다.부정방지대책위는 이런 비자금척결을 위한대책까지 내놓았다.기업규제는 완화하고 공직자부패 는 더 엄격하게 다뤄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맞는 말이다.누구나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 쉬운 처방이다.
문제는 개혁의지와 실천이다.CRS보고서는 한국에서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개혁추진력은 약화되고 있으며,규제는 푼다면서 오히려 묶어 가고 있다고 지적한다.성을 낼 것인가,새겨 들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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