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제부터다>9.스포츠와 방송의 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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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현대 스포츠치고 방송.언론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운 종목은 없다.현대 축구와 월드컵의 성장사는 방송.언론의 발전과 궤적을 같이한다.
한국스포츠 역시 방송.언론의 공헌을 무시할 수 없다.프로축구.프로야구.농구.배구.씨름의 대중화가 모두 TV등 방송과 언론의 집중조명에 힘입은 것이다.
그러나 2002월드컵을 유치해놓은 현재까지 방송.언론의 축구선도기능은 정지했고 축구계 역시 방송.언론의 장점을 활용해 한단계 더 도약하고자 하는 노력이 부족한게 사실이다.
프로축구연맹은 올해 리그운영 대행사로 영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기업 IMG를 선정해 계약을 체결했다.IMG의 대행범위는 리그운영은 물론 각종 수익사업과 방송중계권 관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중계부문.그동안 프로연맹이 주관해온 중계권 계약을 위탁받아 대행함으로써 실질적으로 프로리그 전반의 운영권을 장악한 셈이다.
IMG는 중계계약을 위해 중계횟수와 시간.방영횟수.중계권료등에 대해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할 뜻을 밝히고 있다.축구선진국 프로리그가 방송.언론과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발전속도를 더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마케팅 마인드에 기초한 I MG의 사업구상은 주목해볼 만하다.
TV중계는 축구홍보에 가장 직접적인 효과를 발휘함은 물론 팬들의 이해를 돕는데 최고의 교재로서 축구발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그러나 방송사들은 상업성을 감안,여타종목에 인원과 장비를 우선적으로 투입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의 책임은 1차적으로 「축구」쪽에 있다.프로야구의 중계권료는 40억원을 상회,축구의 다섯배에 이른다.이 차이는 축구협회.프로연맹과 한국야구위원회의 능력차이를 보여준다.유력한 매체를 활용해 축구라는 상품을 어필시키려는 마케팅 마 인드의 결여는 아무리 지적해도 지나치지 않다.IMG와의 계약을 무조건 환영할 수만도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방송.언론의 축구문화 주도능력 역시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부족하다.한국 TV의 중계품질은 서울올림픽을 치른 경험을 감안할 경우 지나치게 발전속도가 더디고 언론은 대안없는 비판에 너무 익숙해 있다.
간섭적인 언론의 「힘자랑」은 축구발전의 추진력을 떨어뜨리고 불신만 증폭시킬 뿐이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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