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한관계자 워싱턴서 세미나-北체제 붕괴 조짐 안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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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존 메릴 미 국무부 정보분석실 북한담당관은 11일『북한 김정일(金正日)의 권력 장악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며 북한 체제붕괴 조짐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코리아 소사이어티와 아시아 소사이어티,한국경제연구원(KEI),미국 평화연구소가 워싱턴에서 공동개최한 「북한의 도전과 대응」이라는 주제의 세미나에 데이비드 브라운 국무부 한국과장과 함께 참석,이같이 밝혔다.
다음은 두사람의 발언 요지.
◇메릴 담당관=북한을 비이성적인 악마와 같은 존재로 보는 시각은 잘못됐다.
북한과의 접촉을 통해 북한 관련 정보와 자료를 꽤 많이 축적하고 보니 북한을 이해할 수 없는 상대로 인식하는 것은 더 이상 옳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김정일이 다음달 공식 직위에 취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없지만 현재 북한 정권이 표류하고 있거나 지도부 내에서 권력을둘러싸고 투쟁 중이라는 점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분란이 있다면정책 방향을 둘러싼 논쟁이 있을 뿐이다.
북한의 식량재고는 단지 수주일분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북한이 기아상태를 향해 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각종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도 증대되고 있다.
북한이 판문점과 서해 해상에서 도발적인 행동을 보인 것은 국제사회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였으나,북한 김정일정권은 결국 보다 실용주의적인 정책을 발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은 한반도 에너지 개발기구(KEDO)와의 협상 과정에서 간혹 남북대화 수용 의사를 피력했다.
KEDO와 북한의 대화가 앞으로 다른 분야에서의 남북대화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브라운 과장=한국 정부의 대북 식량지원 결정은 한.미 공조의 대표적 사례다.4자회담은 남북대화가 중단된 데 따른 한국정부의 우려와 곤혹스러움을 고려한 제의였다.
KEDO는 새로운 형태의 대북 대화 창구이며,향후 대북 관계개선에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북한이 94년 10월 첫 회의에 참석한 이후 계속 불참중인 동북아다자간안보대화(TRACKⅡ)는 4자회담과 별도로 추진할 가치가 있는 창구다.
워싱턴=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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