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본 정상 22일 제주회동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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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일본총리의정상회담이 22일 제주에서 개최되게 된 것은 월드컵 축구대회의공동개최 결정이 큰 계기가 됐다.지난1월 취임직후부터 우리측의몇차례 초청에도 방한(訪韓)에 소극적이던 하 시모토 총리의 마음을 돌려 놓은 것이다.
지난해와 올해초 잇따른 일본내 지도층의 한.일 과거사 문제와독도영유권 등에 대한 망언으로 악화일로를 걷던 양국관계를 감안할 때 월드컵 공동개최란 호기를 놓칠 수 없다는 양국 정부의 인식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방한의 형식도 실무방문이며 방문일자도 토.일요일이란 점이 특이하다.청와대에서는 『한.일 양국 정상이 앞으로도 부담없이 만날 것이라는 점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시모토 총리는 그동안 독도영유권 분쟁이나 배타적경제수역(EEZ)경계선획정등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정치적 부담때문에 방한을 탐탁지 않게 생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더구나 金대통령 취임후 역대 일본총리들의 방한 결과가 부정적이었다는 점도 하시모토 총리의 발걸음을 늦추게 했다.이는 金대통령 특유의 대일(對日)강경자세 때문으로 양국 정상회담 결과가 일본 국내정치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金대통령도가능한한 과거사 문제나 예민한 현안 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할것이라고 정부 당국자는 말한다.모처럼 조성된 협조 분위기를 망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제주 정상회담의 초점은 월드컵 공동유치를 계기로 한 양국의 협조를 다짐하면서 대북문제에 분명한 공조자세를 확인하는데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 정상은 지난 3월2일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참석시 방콕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다.당시 하시모토 총리는『대북문제는 정당차원에서 접근할 경우 혼선이 생길 우려가 있으니 양국 외무부로 창구를 단일화하자』는 의견을 개진했 다.제주 회담에서는 이 원칙에 대한 재확인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북 식량지원을 위한 한.미.일 3국의 공조문제도 논의대상이다.4자회담의 성사를 위한 일본측의 협조문제와 북한과 일본의 수교협상 속도조절 문제등도 조율될 것으로 보인다.
유종하(柳宗夏)청와대외교안보수석은 『金대통령도 하시모토 총리를 이해하고 협조한다는 입장』이라고 이번 정상회담에 임하는 金대통령의 자세를 전했다.여느때의 한.일정상회담보다 부드러운 분위기속에서 진행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김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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