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조기유학 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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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눈덩이처럼 불어만 가던 해외 유학·연수관련 지출액이 올해 상반기에는 10년 만에 최초로 감소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경기침체와 원화가치 하락, 국내에 조성된 영어몰입 교육환경이 해외유학 수요를 일정 부분 흡수했다는 분석이다.

서울시 교육감 당선과 관련된 교육관련 뉴스에서 가장 많이 접한 것도 ‘영어몰입 교육’ 강화와 ‘국제중학교’ 설립에 대한 기사다. 폭넓게 형성돼 있는 사교육 시장의 ‘영어교육 소비자’들의 수요를 공교육 차원으로 일정부분 흡수하려는 정책적 변화로 해석하는데 큰 무리가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교육 전문가들도 “교육소비자의 입맛에 맞게 공교육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입장 변화는 공교육에 만족하지 못하는 교육소비자들의 수요에 따라 사교육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위기의식의 표출이다.

조기유학은 지난 1990년대 초반 서울시내의 사립 초등학교 학생들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그런데 IMF를 겪으면서 ‘경쟁력 없는 사람은 인재가 될 수 없다’는 사회적 존립공식이 형성되고 ‘영어 경쟁력’‘명문학벌을 위한 특목고 입시 열풍’과 맞물리면서 조기유학은 필수 준비 과정으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외형적인 수치가 아니라 내용이다. 조기유학은 분명한 목표의식과 장래의 커리어를 고려한 ‘장기플랜 형태의 유학’으로 질적 변화를 겪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유학업체 관계자는 “1차적으로 중3 때 교환학생으로 나가 현지생활 적응력을 높이고, 충분히 생활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연속해서 사립학교로 진학해 대학을 준비한다. 이처럼 연속해서 유학생활을 지속할 경우, 자신의 커리어를 고려한 대학의 유망학과를 선택해 입학하면서 영주권 등 현지에서 얻을 수 있는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조기유학의 수요가 수적으로는 줄어들었지만 실용성에 기반한 실속파 유학, 즉 그 질적 수요는 향상됐다고 할 수 있는 지적이다.

지난 20년간 유학은 사회환경과 교육 정책의 변화 등에 따라 그 형태와 내용이 달라져 왔다. 조기유학도 그 수요자가 많은 정보를 기반으로 철저히, 장기적 관점에서 준비하는 형태로 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기유학을 알선, 진행하는 업체들도 더욱 더 전문화, 세분화되고 있다. 이제는 자신의 계획에 부합하는 업체를 신중히 선정해야 한다는 숙제가 남는다. 문의 02-3454-0222

정현권 ㈜CDIN 국제교류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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