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뜬 거 맞나요? 백수 탈출 희망이 보여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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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호 03면

지난 27일 SBS 방송국 프로그램 제작진이 ‘백수앤더시티’ 녹음실을 방문해 현장을 촬영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백수들을 위한 인터넷 방송 ‘백수앤더시티’를 진행하는 세 명의 20대 청년 백수 김영준·김정환·김진규씨의 사연(본지 8월 17일자 14면)이 보도된 뒤 이들의 일상에는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3인의 인터넷 ‘백수 방송’ 보도 그 후

“평소 연락이 안 되던 대학 친구들로부터 전화가 많이 걸려와요. 졸업 후 내가 무슨 일을 하며 사는지 잘 모르고 있던 친구들인데 ‘기사 잘 봤다’며 전화를 걸어와 깜짝 놀랐습니다.”(영준)

영준씨와 함께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정환·진규씨도 지난 2주 동안 주위에서 비슷한 격려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수십 통 받았다고 한다.

“반응이 이렇게 폭발적일 줄은 몰랐어요. 더 책임감 있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진규)

평소 이들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부모님들로부터 “더 열심히 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세 명의 청년 백수들은 사기 충천해 있다.

“아버지께서 기사 스크랩을 해 놓으셨더라고요. ‘셋이 함께 일하려면 차가 필요할 테니 써라. 백수라고 추레하게 다니면 안 된다’며 차를 한 대 빌려주셨어요. 눈물이 날 뻔했죠. 오래된 중고차이긴 하지만 과분할 따름이죠.”(영준)

특히 이들의 사연이 보도된 후 몇몇 방송국에서도 출연 제의가 들어오고 있다.
“기사가 나간 직후 모 방송국 개그프로그램 작가가 ‘백수앤더시티’를 소재로 개그 코너를 만들어 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해왔어요. 똑같이 만들면 안 될 것 같아 새로운 내용의 개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번 도전해 보려고요.”(정환)

27일에는 한 지상파 방송국에서 이들이 ‘백수앤더시티’를 녹음하는 현장을 찾아 인터뷰를 한 뒤 녹음 장면을 촬영해 갔다. 또 다른 지상파 방송국과 케이블 채널에서도 이들의 일상생활을 찍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왔다.

대학에서 방송 연출을 전공하는 한 대학생은 이들을 주인공으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다는 제안을 해 오기도 했다. 영준씨는 며칠 전부터 한 인터넷 방송의 자동차 관련 프로그램에 진행자로 출연 중이다.

“저희 이제 뜨기 시작한 거 맞나요? (웃음) 백수 탈출을 해 개그맨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이 보여요.”(진규)

‘백수앤더시티’의 청취자 수도 최근 두 배 정도 증가했고 홈페이지 게시판에 댓글을 다는 네티즌도 많이 늘었다고 한다. 갑자기 늘어난 주변의 관심 탓에 유명인사가 된 느낌이지만 동시에 큰 책임감을 갖게 됐다고 한다.

“전에는 그냥 재미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이제는 단순한 재미뿐 아니라 어떻게 하면 청취자들에게 힘이 되는 유익한 방송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을 하게 됩니다. 셋이 모여 아이디어 회의도 더 열심히 하고, 방송 멘트도 더 신경 써서 준비하게 돼요.”(정환)

본지 보도 후 ‘자신감’과 ‘책임감’을 갖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는 이들 세 백수의 앞날에도 이제 서서히 ‘볕 들 날’이 찾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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