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이합집산없는 체코 여소야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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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 주말 총선을 치른 체코에서는 요즘 정부구성과 의회개원을위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집권 연정을 구성했던 3개 중도우파 정당연합이 과반수에서 2석 모자라는 99석을 얻어 새 정부구성이 난항을 겪고 있다.두달전의 한국과 상황이 비슷하다.
한국에서는 그동안 집권당이 무소속 의원등을 끌어들여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볼썽 사나운 상황을 연출했다.
반면에 민주화 역사가 불과 6년밖에 안되는 체코에서는 정치적협상을 통해 서로 주고받을 것들을 타진하고 있다.
하원 전체 2백석중 68석을 얻어 다시 제1당이 된 바츨라프클라우스 총리의 시민민주당은 절대다수가 되지않는다 하더라도 기존의 중도우파 소수연정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61석으로 제2당이 된 사민당은 공산당이나 극우 공화당과 연합하면 1백1석이 돼 과반수 연정을 구성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선거전에 이미 이들과 협력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밝힌바있어 집권에는 뜻을 두지않고 있다.마구잡이로 합쳤다 흩어졌다 하는 추한 모습이라고는 볼수 없다.
이는 물론 정치적 신념에서 나온 것이며 유권자들과의 약속 때문이다. 이처럼 체코의 정당들은 정치적 이해득실을 저울질하면서도 합리적 타협을 모색해 나가고 있다.당적(黨籍)이 없는 하벨대통령도 클라우스총리에게 사민당과의 충분한 협의를 강조하며 이성적 정치협상을 촉구하고 있다.국가의 이익을 생각해야지 개인적이해관계를 앞세우지 말자는 주문도 곁들였다.
지난 90년을 전후로 40여년간의 공산독재를 벗어나며 슬로바키아와 분리된 체코는 어느새 서방 선진국 수준의 정치적 성숙도를 보여주고 있다.
한경환 베를린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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