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노래찾기>신윤철 3집 '명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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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대중가요에서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끼게 되는 것은 그리 흔한일이 아니다.
감동이란 듣는 이가 노래의 진정성을 발견할 때에야 비로소 가능한 것인데 3~4분에 불과한 연주시간은 그러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신윤철 3집(95년.삼성나이세스)의 첫곡 『명태』는 들으면 들을수록 감동이 전해지는 노래다.
『명태는 양말을 며칠동안 신었기 때문에/우리들의 놀림감이었지.』 노래의 주인공 명태는 실존인물이었던 듯하다.동네에서 제일가난한 「불우이웃」인데다 그렇다고 힘이 세다거나 똑똑하기는 커녕 어딘가 모자란듯한 아이였다.
신윤철도 어린 시절 명태를 놀리는 악동이었을 법하지만 그는 어른이 되고 난 지금 명태에 대한 기억을 매우 담담하게 풀어낸다. 반복되는 악절,단순한 어쿠스틱 기타의 분산 화음,약간의 침울함이 배어있는 신윤철의 목소리 등은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기에 참으로 적합한 장치들이다.
그러다 조용하게 뜯던 기타의 피킹을 시작하면서 노래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이 노래가 단순한 어린 시절의 회상만은 아니란 사실은 마지막부분의 가사에서 드러난다.
『하지만 명태는 항상 즐거웠지/즐거웠던 명태는 무얼 하고 있을까.』힘없고 가난했지만 즐거웠던 그 친구가 지금도 즐겁게 세상을 살고 있으리라 장담할 수 있을까.신윤철의 노래는 자기가 던진 의문에 대한 명시적인 대답을 생략하고 있지만 마 지막에 이어지는 우울하고 씁쓸한 하모니카 소리로 사실은 그 대답을 하고 있는 셈이다.
낙천적인 친구에게서 웃음을 빼앗아간 세상의 느낌은 하모니카 소리처럼 씁쓸한 것이다.
이 노래는 대단히 함축적이고 상징적인 노래다.
기타와 하모니카만을 반주악기로 사용하고 음악적으로 매우 단순한 구조를 택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난해하게 들리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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