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하철인가 소음공장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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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중앙일보와 녹색연합이 공동조사한 수도권 전동차내 소음측정결과를 보니 지하철이나 전철을 탈생각이 싹 가신다.조사대상이 됐던1~5호선 2백5구간의 평균 소음도는 청력장애.소화불량.두통 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오토바이 소음에 해당한다 는 75㏈보다약간 높은 75.1㏈로 나타났다.전체의 19%에 해당하는 38개 구간의 소음도는 개짖는 소리에 해당한다는 90㏈이상이었다.
출.퇴근길 내내 개짖는 소리나 오토바이 소리를 들어야 하다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당국은 수도권의 교통난을 완화하기 위해 자가용 승용차이용을 억제하고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는 갖가지 시책을 추진중이다.그러나 대중교통수단중 시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지하철.전철의 여건마저 이렇다면 어떻게 대중교통이용을 높일 수 있겠 는가.
지하철.전철의 소음정도가 이렇듯 시민의 건강을 해칠정도인 것은 그동안 정부나 제작회사가 전혀 신경쓰지 않았기 때문이다.정부는 지난 90년 소음.진동규제령을 제정한바 있으나 교통수단중에서는 자동차의 소음에 관한 규정만 두었을 뿐이다 .따라서 전동차나 선로의 경우 소음에 관한 설계기준은 물론 기술적 권고기준도 없어 제작사가 알아서 적당히 만들어 납품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법적 허점이 있는한 전동차의 소음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90년8월 법을 제정한 이후 92년 한차례,93년에는 두차례나 법을 개정하면서도 전동차나 열차에 관한 소음규정을 추가하지 않은 이유를 얼른 납득하기 어렵다.
분당선과 일산선개통때 콘크리트 선로 바닥이 소음의 원인으로 지적된바 있지만 당국은 공사비와 유지비절감을 위해 계속 콘크리트를 쓸 계획이다.이런 배짱 역시 지하철.전철에 관한 소음규정이 없기에 가능한 것이다.
정부는 소음.진동규제법을 서둘러 개정해 최소한 앞으로 개통되는 지하철.전철만이라도 소음철이 되지 않게 해야 한다.기왕의 노선에 대해서는 전동차나 선로정비라도 제대로 해서 소음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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