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초점><기고>비디오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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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요즘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비디오방은 청소년들에게 있어하나의 탈출구다.그것은 문화공간으로서의 의미보다 갈 곳없는 청소년들의 도피처로 이용된다는데 문제가 있다.야간이면 활동하는 일부 폭주족 역시 건전한 젊은이들은 아니다.이 사회에서 탈출하고자하는 그들만의 반항이며 도피적 행동의 표현인 것이다.
비디오방은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문화의 연장선상에서 본다면 오락과 문화를 동시에 전달하는 장소여야 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장소를 이제 갓 성인이 된 대학생 또는 청소년들이 영화보는일보다 분위기를 잡고 집의 구속을 피해 달아나는 장소로 이용하고 있다.그 책임은 반드시 당사자들에게만 물을 수는 없다고 본다.그 현상은 이미 국가와 부모 모두가 책임져야 할 문제인 것이다. 1차적으로 가정이 그들을 내몰고 있다는 반성을 제각기 해야할 것이다.또 한편으로 국가의 정책은 비디오방이라는 새로운현실에 대해 어떤 기능을 하고 있는가.비디오방은 문화적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활동에 대한 상업적 혹은 사법적 의미에서표피적 재단만 할뿐 그 활동이 지향하는 목적이나 지침에 대한 연구가 소홀한 것이 사실이다.
미성년자의 출입제한이나 밀실공간을 개방화한다는 등의 법적 조치는 최소한의 규제로서 의미가 있다.그러나 더 심층적으로 비디오방이 문화적 공간이 되기 위한 영화내용 선택의 다양함이라든지프로그램의 질적 개선에 대해서는 정책이 미처 유 도해내지 못하고 있다.비디오방이 단순히 안방에서 편안히 영화를 감상하는 공간으로서가 아니라 영화의 내용으로 더욱 큰 감동을 받고 나가는공간으로 바뀌도록 정책이 뒷받침해야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비디오방마다 프로그램을 차별화해야 한다.비디오방은 작은 시네마테크(예술영화관)기능을 해야하는 것이다.정책이 어떤 문화적 지침을 주어야 한다는 것은 바로 그 시점에서 중요하다.비디오 프로그램의 차별화를 기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의 뱅크역할과 다양한 운용방식을 업소에 제시함으로써 지나치게 상업화하는 흐름을 또다른 문화적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재형 동국대교수.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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