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쪽 개원 안되게 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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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5대 국회 원(院)구성을 위한 임시국회소집이 공고됐다.야당을 제외한 여당의원들만으로 국회소집요구서가 제출됐다.국회법에 따라 5일에는 국회가 자동적으로 문을 열게 돼 있다.국회 개원은 코앞에 닥쳐왔는데 여야 대치상황은 계속 평행선 이다.여야 총무간 비공식접촉은 한두차례 있었으나 아직 공식총무회담은 한차례도 열리지 못하고 있다.이러다가는 정말 15대 국회가 반쪽으로 출범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여러차례 여당이 만든 인위적 여대야소(與大野小)의 부당성을 지적하면서 그래도 여야간의 협상을 촉구해 왔다.개원을 사흘 남긴 이 시점에서 조차 여당은 단독으로 원구성을 시도할듯이 엄포를 놓고,야당은 5대도시의 장외(場外)집회 를 계획하고있는 정치권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답답하다.
우리는 여야에 총선이후 최근과는 달리 이미 정치적 환경이 변화했음을 지적하고 싶다.월드컵의 유치,북한 핵심인사들의 연이은귀순,심상치 않은 경제문제 등 모두 새로운 환경이다.우리는 구차하게 『월드컵도 유치했으니 정치권도 잘 타협하 라』고 말하고싶지는 않다.그러나 이의 유치로 말미암아 나라 전체 분위기가 고양된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당 반쪽이 텅빈 국회와 야당의 장외집회모습을 본다면 국민들이 무엇을 느끼겠는가.여야지도자들은 국민들에게「우리 정치는 역시 4류」라는 실망을 다시 한번 확인시키고 싶은가.변화에 둔감한 정치는 국민으로부터 배척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여야가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진지하게 마주앉기를 촉구한다.우선 여당이 반쪽국회만은 열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것이 중요하다.야당의 요구중 과감하게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여야 한다.야당이 인위적 여대야소를 비판하고 있는 점을 감 안해 원구성에서는 총선직후의 의석비율을 적용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만 하다. 야당은 장외집회계획을 취소하고 이미 제의가 온 신한국당대표의 방문을 받아들여야 한다.이판에 장외집회를 해본들 무슨 호응이 있겠는가.여야가 일단 만나면 타협의 길이 열릴 수 있다.협상에 시간이 쫓긴다면 법정개원일에 여야가 함께 국회 문을 열고원구성은 미루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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