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끝없는 지하철 不實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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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 89년에 착공돼 현재 일부 구간이 개통된 서울2기 지하철(5,6,7,8호선)에 대한 토목학회의 진단결과,무려 7백63곳에서 설계상의 잘못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이런 정도의 총체적인 부실이라면 관계전문가들과 업계는 일찍부터 알고 있었을것이고, 서울시 관계자들 역시 모를리 없었을텐데 7년이 지나서야 겨우 일반에 알려졌으니 그 안전불감증.도덕성 마비에 기가 막힐 뿐이다.
이 총체적 부실을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서울시는 설계부실이 지적된 1단계 4백23곳 가운데 부실시공된 17개 공구 24곳에 대해서만 보강(補强)작업을 끝냈다.나머지는 안전상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서울시의 설명에 마음놓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2기 지하철공사는 공사능력이나 여건도 감안하지 않고 일제히 시작하는 바람에 설계회사들은 일손이 달려 합동사무실을 차려 작업을분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그렇다면 부실은 전 반적인 것으로보는 것이 옳지,설계가 잘못됐더라도 보강에 필요한 곳은 불과 24곳이라는 서울시의 판단은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7백63곳이나 되는 공사부실이 발견됨에 따라 2기 지하철의 완공은 늦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그러나 개통이 좀 늦어지더라도철저히 보수해야 한다.설계 잘못이 지적된 곳중 3백40곳은 불행중 다행으로 아직 착공하지 않은 부분이라니 설 계부터 다시 해서 부실의 여지를 없애야 한다.
이미 공사가 진행된 1단계 구간에 대해서는 17공구 24곳의보강에 그칠 것이 아니라 다시 한번 안전진단을 실시해 이 기회에 완벽한 보강을 해야 마땅하다.
가장 중요한 일은 보강등 안전확보지만 총체적 부실의 책임도 철저히 추궁해야 한다고 본다.설계는 누가 잘못했고,그 사실을 서울시는 이제까지 몰랐었는지,부실의 책임은 누가 져야 하며,보강공사비는 또 누가 부담할 것인가 등도 꼼꼼히 따 져야 한다.
그래서 부실공사에 대해서는 철저한 책임추궁이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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