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사 주식 6만주 헐값 인수 … MBC ‘일밤’책임PD 사전영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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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문무일)는 26일 MBC 간판 오락 프로그램인 ‘일요일 일요일 밤에’와 최근 ‘서태지 컴백쇼’ 등을 연출한 MBC 고재형 책임프로듀서(CP)에 대해 배임수재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고 CP는 팬텀엔터테인먼트를 포함한 연예기획사들로부터 주식 6만 주를 헐값에 사고 6000여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다. 또 중국 마카오 카지노와 서울 강남의 유흥주점에서 불법도박을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고 CP는 2005년 팬텀엔터테인먼트가 코스닥에 상장된 후 팬텀 측 관계자로부터 주식 3만 주를 헐값에 건네받았다. 같은 해 굿엔터테인먼트가 우회상장을 위해 인수한 코스닥기업 이스턴테크 주식 3만 주도 시세보다 싸게 받았다. 굿엔터테인먼트는 그룹 신화의 소속사다. 고 CP는 주식을 되팔아 2억여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고 CP는 “판사 앞에서 할 말은 많지만 지금은 아무 입장도 밝히지 않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유사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KBS 김시규 CP와 SBS 배철호 라디오총괄국장에 대해서도 조만간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김 CP와 배 국장은 팬텀과 다른 연예기획사 3~4곳에서 주식 1만~2만 주와 억대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김 CP는 KBS 간판 예능프로그램인 ‘1박2일’ 코너가 포함된 ‘해피선데이’의 제작 책임을 맡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사전구속영장 청구 대상 간부급 PD들은 기획사에서 주식이나 금품 로비를 받은 사실을 숨기기 위해 연예기획사 관계자나 유흥주점 사장, 방송작가, 친인척 등 평소 친분이 있는 사람들 이름으로 된 차명계좌를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검찰은 PD들에게 명의를 빌려 준 유명 방송작가 임모·오모씨, 서울 강남의 I유흥주점 사장 등을 불러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금까지 두 차례 소환에 불응한 KBS 박해선 예능1팀장(국장급)도 조만간 조사한 뒤 사법처리하기로 했다. 박 팀장은 이번 주 중 검찰에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방송작가 명의의 차명계좌로 연예기획사들로부터 수억원대 현금과 주식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방송 3사의 일부 PD가 팬텀 등 연예기획사 관계자로부터 강원도 정선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도박을 할 때 자금을 제공받은 정황도 포착, 조사 중이다. 또 이들 중 일부가 팬텀 측으로부터 코스닥에 상장한다는 정보를 사전에 듣고 개인적으로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해 시세 차익을 얻은 경우가 있음을 확인, 증권거래법상 미공개정보이용 혐의로 사법처리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윤도현의 러브레터’ ‘비타민’을 연출한 KBS 이용우 전 CP가 연예기획사들로부터 도박자금으로 2억2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를 밝혀내 구속했다.

당시 검찰은 이씨의 차명계좌 3개에서 6억5000여만원, 본인 명의의 계좌에서 43억여원의 현금과 수표가 입금된 사실을 발견했다. 현재 검찰은 이씨가 제작한 프로그램의 일부 출연진을 불러 돈의 성격을 캐고 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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