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언제까지 政爭만 할것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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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우리 국회는 지난해 12월말 정기국회를 끝으로 5개월째 개점휴업상태다.그 사이 국내외적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한반도 정세는 4자회담 제의를 계기로 갈등과 화합의 갈림길에 직면했고,한의사와 약사의 분규는 끝간데 없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심각한게 경제다.월간 무역수지 적자폭이 20억달러에 이르고 국가경쟁력은 정부 부문의 과도한 규제로 인해 하락 추세임이 드러났다.
재계는 반도체.철강등 5대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모두 밀리고 있는데 대해 구조적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의원들은 세비(歲費)만 꼬박꼬박 챙길뿐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정치는 지난 다섯달간 장외(場外)에 있었다.선거전 동안 각종 국가적 쟁점들은 당리당략 차원의 구호 정치에 차용(借用)됐을 뿐이다.
여야와 행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국정을 논의하는 모습은 볼 수없었다.30일로 임기가 시작되는 15대 국회를 맞아서도 각 당은 상호 비방과 국회 공전에 대한 면책(免責)성 주장만 하고 있을 뿐이다.
의원들은 말한다.『빨리 중앙당 차원의 정쟁(政爭)이 마무리되고 국회에 들어가 정책을 논의했으면 좋겠다』고.그러나 그런 말을 하면서도 자신이 대화와 개원에 앞장서겠다는 의원은 없다.3당 의원 모두 총재의 눈치만 보고 있다.표로 뽑힌 국회의원이 유권자 눈치는 안 보고 지도부 눈치만 살피는게 현실이다.
여당인 신한국당은 『야당이 장외로 나가 들어오지 않으려 한다』고 말한다.그러나 야당의 보라매집회 전까지만 해도 정치관계법개정의사 등을 밝히며 대화를 강구하던 자세는 이번주 들어 온데간데 없다.『무소속 영입과 국회 개원은 별도』라 느니,『월드컵만 유치하면 야당이 갈데가 없을 것』이라느니 하며 국정의 산적한 과제들을 도외시하는 태도다.
야당도 할말은 없다.기세좋게 장외집회를 열 때까지는 여당의 대화 사인을 쳐다보지도 않다가 이제는 여당이 약간의 대화 제스처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모든 사태는 여당의 책임』이라며추가 장외집회 카드만 만지작거리고 있다.
여야의 이런 태도는 달려오는 기차를 앞두고 철길 위에서 뱃심을 겨루는 아이들을 연상시킨다.
중앙당과 평의원 모두 마찬가지다.자신이 아닌 상대방을 탓할뿐『창피하다』『내가 나서겠다』는 반성은 한마디도 들을 수 없다.
권한에는 책임이 따른다.국회의원.집권여당.수권야당임을 내세우고 싶으면 현재의 상태에 대해 책임부터 져야 할 것이다.
김현종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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