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철수대위가 주는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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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인민들이 자고 있는 사이에 공격을 개시해 아침에 깬 인민들이 남조선 점령사태를 확인토록 하라』-.미그기를 몰고 귀순한 이철수대위가 한마디로 설명한 북한의 남침준비상황이다.그는 「24시간내에 서울 함락,1주일내 부산 점령」이라는 북한의 남침전략을 소개하며 우리의 조기경보 시스템을 무력(無力)화하기 위한미그29기의 전진배치등 북한공군의 전면 재배치상황을 공개했다.
그동안 정부당국의 발표로 북한이 속전속결(速戰速決)을 위해 휴전선부근으로 부대를 전진배치했다는 얘기는 여러차례 있었다.그러나 북한조종사로부터 이렇게 생생하게 북한의 전쟁준비상황을 들으면서 다시 한번 우리의 안보태세 점검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사실 북한의 전쟁준비상황에 대한 얘기가 있을 때마다 많은 국민들은 『북한이 아직도 망상을 버리지 않고 있나 보다』는 식의 먼 나라 얘기로만 여긴 측면도 없지 않았다.특히 냉전체제의와해로 남북한간의 긴장도 자연스럽게 사라진 것으로 안이하게 생각하는 층도 없지 않았다.
특히 북한이 최근 식량난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알려지면서 일부에서는 아예 『북한이 전쟁을 수행할 능력이 없다』는식의 판단을 하고 있는 분위기도 생겨나고 있다.그러나 李대위의말로는 북한 주민들은 굶주려도 전쟁준비를 위해 군대만은 우선 보급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미그기 귀순때 서울에서 민방공 경보조차 울리지 않았던 것같은 안일한 분위기와 함께 우리 내부에선 북한의 실체에 대한정확한 의식없이 막연한 낭만적 민족주의에 젖어 무조건 북한에 대해 관대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일고 있다.상대는 이렇게 전쟁의지를 버리지 않고 칼을 갈고 있는데,우리만 관용과 평화를 외친다고 결코 평화가 저절로 오는 것은 아니다.특히 북한의 실체가이런 줄도 모르고 우리 내부에 민주화에 편승하여 극소수 좌경세력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데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평화는 힘을 바탕으로 할 때만 지속될 수 있는 것이다.정부와군(軍)은 미국등 우방과 함께 안보태세에 물샐 틈 없는 준비를해야 할 것이고,국민들은 확고한 안보의식을 다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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