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조>영국 EU탈퇴는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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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유럽 관측통들은 이번주 내내 파란많은 영국과 유럽연합(EU)간의 밀월관계가 파경으로 끝날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웠다.영국에선 의원들이 저마다 목소리를 높여 영국 쇠고기의 수입을 금지하는 EU를 제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언론들도 영국내의 거센유럽혐오증을 대서특필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따라 많은 의원들은 점점 반(反)유럽주의가 승리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면 과연 이러한 분위기가 영국의 EU 탈퇴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인가.물론 영국은 EU에서 탈퇴하지 않을 것이다.또 EU 탈퇴가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만약 영국이 EU에서 탈퇴한다면 영국 경제는 많은 비용을 치러야만 한다.또 세계 각국은 영국의 역할에 대해 많은 의문을 제기하게 될 것이다.결국 EU 탈퇴는 실속있는 정책이 아니라는말이 되는 것이다.
메이저 내각은 당내 실력자인 케네스 클라크와 마이클 헤즐타인이 열성적인 유럽주의자들이기 때문에 탈퇴를 내놓고 말할 형편이못된다. 메이저 총리가 과거 유럽공동체(EC) 가입을 반대했던의원들과 손잡는다면 클라크는 보수당을 떠날 것이고 메이저 내각은 무너지게 될 것이다.
어떤 경우든 메이저 내각의 운명은 그리 길어 보이지 않는다.
반면 차기 총리 물망에 오르고 있는 노동당 토니 블레어는 본질적으로 유럽주의자로 친유럽 정책을 내걸고 있다.
EU를 탈퇴한 영국에 닥칠 시나리오는 하나 뿐이다.노동당 정부는 급속하게 인기를 상실하게 되고 EU의 정부간 회의는 표류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속에서 보수당내의 반대파들이 EU 탈퇴를 자신의 정강정책으로 내세우는 반유럽주의 지도자를 선택한다면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가.
물론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보수당은 분열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유당으로 빠져나갈 것이고 심지어 노동당으로 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무엇보다도 철저한 반유럽주의 정당은 경제계의 지지를 잃을 것이다.경제계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보수당은 보수당이 아니다.
많은 영국인들은 EU의 영국산 쇠고기 금수(禁輸)조치에 화가나 있다.그러나 여론조사에 따르면 영국민들은 EU 탈퇴로 자신들의 생활이 위태로워질 것을 더 걱정하고 있다.
보수당이 계속 반유럽주의를 밀고나가 자멸의 길을 자초할 수도있다. 또 당분간 프랑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영국을 방문했을때 보여줬던 환영의 모습을 찾기 어려울 것이고 EU와 영국과의관계도 결코 조용하지 않겠지만 영국은 EU에서 탈퇴하지 않을 것이다. [정리=이형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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