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KBS 주인은 노조나 사원이 아니라 국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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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KBS 이사회가 25일 KBS의 신임 사장 후보로 이병순 KBS비즈니스 사장을 선정, 이명박 대통령에게 임명을 제청했다. 이로써 새 정부 출범 후 6개월간 갖은 곡절을 거친 끝에 공영방송의 수장이 바뀌게 됐다.

신임 사장에게는 KBS의 전면적 개혁이라는 크고도 무거운 책무가 기다리고 있다. 가장 우선적인 것은 공영방송의 위상을 제대로 정립하는 일이다. 과거의 KBS는 이념적으로 치우친 편파·왜곡 방송으로 국민의 비판을 받아 왔다. 노무현 정권 시절의 일방적인 탄핵 방송, 새 정부 들어 미국산 쇠고기 파동 방송이 대표적인 예다.

전임 정연주 사장이 자신을 임명한 노무현 정부의 나팔수 역할을 해온 탓이다. 신임 사장은 그와 똑같은 행태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KBS는 국민 전체의 복지와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공영방송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KBS의 주인은 정부도, KBS의 경영진이나 노조도 아니고 수신료와 세금을 내는 국민이기 때문이다. 신임 사장은 ‘진정한 공영방송의 확립’이라는 새 비전과 구체적인 추진방안을 제시하고 과감한 개혁을 단행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그동안 사내에서 세력화한 이익집단의 발호를 막는 것이 시급하다.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이란 단체는 낙하산 인사를 막겠다는 명분으로 폭력을 동원해 이사회의 새 사장 선임절차를 방해해 왔다. 집단 이기주의와 도덕적 불감증에 빠져 국민의 자산인 공영방송을 자신들의 소유물인 양 착각하는 행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신임 사장의 또 다른 책무는 만성적인 적자 구조를 해결하는 것이다. 정 전 사장 재임 중 1172억원의 누적 사업손실이 발생한 것은 방만한 경영이 관행화되었기 때문이다. 국민에게서 거둔 수신료를 공돈처럼 낭비해서야 되겠는가.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을 포함한 경영합리화가 시급하다. 노조를 포함한 사내 이익집단에 휘둘리거나 영합하지 않는 강력한 리더십과 소신이 꼭 필요한 이유다.

KBS가 영국의 BBC나 일본의 NHK처럼 신뢰받는 공영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국민과 함께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