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아파트 가격 상승분 60%는 거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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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서울 강남권 아파트 값에 거품이 잔뜩 끼여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2001년 2월부터 6년간 서울 강남구 아파트값은 3.3㎡당 2507만원 올랐는데, 이 중 1710만원(68%)이 거품이라는 것이다. 분석 대상 기간 직후(지난해 3월)의 아파트 값을 기준으로 하면 적어도 48%는 거품으로 볼 수 있다.

윤형호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연구위원과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는 최근 한국재정학회지인 ‘재정학 연구 2008-2호’에 이런 내용의 분석 보고서를 실었다. 분석은 전세 가격에 교통·환경·교육 등 주거 여건이 반영된다고 보고 전세 가격을 토대로 이론적인 가격 상승률을 산출한 뒤 이를 실제 매매가의 변동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는 6년간 아파트값이 3.3㎡당 1209만원 올랐는데 854만원(72.6%)은 정상적인 가격 인상이 아닌 것으로 평가됐다. 송파구는 3.3㎡당 가격 상승분의 72%인 1197만원, 서초구는 61%인 1121만원이 거품으로 분석됐다. 송파·강동구는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으로 강남·서초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품 비중이 컸다.

보고서에서 분석한 비정상적인 가격 상승을 지난해 3월의 아파트 매매가에 적용하면 구별로 아파트값의 43.9~65.8% 이상은 거품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대해 윤형호 연구위원은 “버블과 버블 증가를 구분해서 봐야 한다”며 “근원적으로 버블이 있더라도 버블이 더 이상 증가하지 않으면 소비자는 현재 가격을 정상적이라고 믿게 된다”고 설명했다.

거품이 끼게 된 원인은 돈이 너무 많이 풀렸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금리가 낮아지면서 부동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렸고, 주택 공급이 줄어들면서 추가적인 가격 상승을 노리는 투자까지 늘었다고 설명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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