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니의 우울한 예언 이번에도 적중할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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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호 31면

15개월 전 일본에서 누리엘 루비니를 만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루비니 글로벌 이코노믹스의 회장인 그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과 미국 경제가 곧 전대미문의 위기에 봉착할 것이란 주장을 펼쳤다.

지난해 “신용 위기는 통제 가능하다”거나 “최악은 끝났다” 등의 주장이 난무했지만 루비니는 흔들리지 않고 예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미 정부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불거진 금융 시스템의 난맥상을 해결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베어스턴스 몰락 이후 월가의 명성은 땅에 떨어졌다. 지난 6월 미국 4위 증권사인 리먼 브러더스는 일본 최대 대부회사인 아이후루의 소송 위협에 직면했다. 리먼의 애널리스트가 아이후루의 지급 불능 가능성을 거론한 게 문제가 됐다. 리먼은 이달 초 해당 보고서를 철회했다. 올 들어 주가가 79%나 급락한 리먼이 다른 금융사가 위험하다는 진단을 내렸다는 게 웃음거리가 됐다.

하지만 아시아 경제는 더 암울해 보인다. 일본 이외의 아시아·태평양 시장은 향후 몇 년간 엉망이 될 것이다. 아시아 각국은 수출 의존도가 너무 커 국내 경기 부양만으론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 미 경기 침체는 아시아의 생활 수준을 갉아먹을 것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로 이머징마켓은 더 침체할지 모른다.

루비니는 21일 “1년 뒤에도 미국 머니마켓은 여전히 나아지는 게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글로벌 신용 위기는 한국처럼 이미 대내 요인으로 유동성 압박을 받고 있는 나라를 더 힘들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시아 각국의 중앙은행은 최근 몇 년간 엄청난 규모의 달러를 쌓아 뒀다. 이는 아시아 금융위기의 재발을 우려하는 글로벌 투자자들을 어느 정도 안심시킬 수는 있다. 중국 경제가 인플레를 잘 다스리면서 버텨 준다면 어느 정도 완충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정리=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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