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보라매공원집회 불참 선언 흔들리는 野圈공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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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이 23일 『오는 26일 보라매공원에서 야3당 합동으로열기로 한 군중집회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전격 선언하고 나서 순풍에 돛달았던 야권 공조가 흔들리고 있다.민주당이 내세운 불참이유는 국민회의에 대한 감정.이날 열린 최고회 의에선 『국민회의가 총선과정에서 민주당을 신한국당 2중대라고 비난한 것을 사과하고 야당분열도 책임지라』고 요구했다.
국민회의.자민련은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다.국민회의는 즉각 논평을 내고 『순전히 억지며 신한국당만 좋아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자민련 이동복(李東馥)비서실장은 『정말로 2중대가 되겠다는 건가』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야권공조에서의 갑작스런 이탈은 민주당으로서도 부담이다.김홍신(金洪信)대변인은 『야3당의 합의를 일방적으로 깼다는 비난과 「2중대론」이 다시 불거질테니 명분을 분명히 해달라』고 당지도부에 요청했다고 한다.그런데도 최고위원들은 「공조 불가」에 이구동성이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진짜 속사정은 무엇일까.22일 열린 민주당 당선자 모임에서 그 일단을 엿볼 수 있다.이 모임에선 『보라매 집회는DJ가 여당을 상대로 게임을 벌이는 것이고 우린 들러리』라는 말이 많이 나왔다고 한다.들러리라는 자격지심이 불참이유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또 국민회의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원래 한뿌리인 양당인 만큼 당내에서 국민회의를 중심으로 한 야권통합론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동시에 앞으로의 대선정국에서 신한국당과 국민회의를 적절히 저울질하며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일각에선 『자칫하면 DJ에 이용만 당한다』는 우려도 자리잡고 있다.
민주당의 「반란」으로 야권공조는 일단 금갔다.대여(對與)투쟁도 맥이 좀 빠진게 사실이다.지금까지 야권공조에 주도권을 잡고가던 국민회의.자민련은 이제 신경써야 할 일이 하나 더 늘어난셈이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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