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엎친 全,덮친 盧 고개숙인 쌍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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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쌍용그룹 직원들은 몇달째 마음이 잡히지 않는다고들 한다.그룹상층부도 뒤숭숭하긴 마찬가지다.
김석원(金錫元)전회장이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돈을 감추어주었다는 검찰발표가 있은 지난주 이후 분위기가 더 침체되고 있다. 대기업의 비자금 공여는 30대 그룹 대부분이 관련됐다 치더라도 쌍용은 전두환(全斗煥)씨의 비자금에 이어 盧씨의 비자금은닉에까지 깊숙이 개입했다.
더구나 총선과정에서 언론에 폭로된 현금 사과상자까지 겹쳐 있으니 설상가상(雪上加霜)이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에 지난달로 취임 1주년을 맞은 김석준(金錫俊)그룹회장은 기념행사를 생략했다.
한박자 앞서가자는 「선수(先手)경영」으로 의욕을 보인 金회장이기에 더 아쉽다고 직원들은 말한다.
쌍용은 또 지난주 싱가포르에서 대대적인 아시아 경영전략회의를가질 예정이었다.
싱가포르는 金회장이 건설사장 때 갖가지 건설사업을 벌여 기네스북에 오른 건물도 지은 곳.여기서 그룹의 새 비전을 제시할 계획이었다.이 행사도 다음달말로 연기됐다.
이처럼 국내외 중요행사를 미루거나 취소하면서 엎드려있다.
전회장이자 지금도 최대주주인 金전회장의 과거가 쌍용그룹의 뒷다리를 잡고 있는 셈이다.물론 재계 일각에서는 전직 대통령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었겠느냐는 상황론을 내세우기도 한다.
하지만 대외적 평판이 괜찮았던 쌍용의 이미지 추락을 더 염려하는 분위기다.
환골탈태하는 쌍용의 노력이 기대된다.
박영수 경제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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