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피플>사임발표한 보스니아 세르비아계 대통령 카라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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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수렴청정일까 아니면 쓸쓸한 퇴장일까.』 보스니아 세르비아계지도자 라도반 카라지치(51)가 마침내 대통령직 사임의사를 밝혔다.후임은 강경파로 알려진 빌랴나 프라브시치 부통령(여).
이 돌연한 소식에 서방세계는 당황해하면서도 환영하고 있다.보스니아 평화정착을 위해선 카라지치의 퇴진이 급선무라며 줄기차게제거공작을 펴왔으나 실패했기 때문이다.
권력을 내놓는 순간 헤이그의 전범 재판정으로 끌려갈 것임을 잘 아는 그가 스스로 물러난 속뜻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라진다.
보스니아 재건 협력기구 칼 빌트 의장 등 친서방세력은 『카라지치 퇴장의 서곡』으로 해석한다.빌트측은 『카라지치로 하여금 더이상 보스니아 평화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한다는데 세르비아계와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베오그라드의 B-92 방송 등 언론은 『카라지치의 사임발표는 눈가림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체포라는 국제적 압박을 퇴장으로 희석시키면서 측근인 새 대통령과 총리를 통해 오는9월 총선에서 필승을 노리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세르비아계 통신 SRNA는 20일 카라지치가 아직도 주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음을 과시하기 위해 주민투표 실시를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고 프라브시치도 『카라지치가 여전히 대통령』이라고 말했다.카라지치는 전쟁 전만 해도 동 시집(童詩集)등을 출간했던 사라예보의 대표적 서정시인이자 바이올린 외줄 연주의 달인으로 알려졌던 예술인.
그러나 옛 유고의 분열로 시작된 민족전쟁으로 그는 인종청소라는 광기(狂氣)에 휩싸인채 「강력한 세르비아계 공화국 건설」을외쳐왔다.서방은 수차례에 걸쳐 카라지치 제거를 기도했으나 그때마다 세르비아계 주민들의 반발로 실패했다.
베를린=한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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