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함께>"연표-남북한 통일정책과..."펴낸 노중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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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학문의 발전은 기초 자료 조사,연구에서 비롯된다.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온 온갖 연구,혹은 사건의 일목요연한 정리는 비록 세인의 주목을 받지 못하더라도 학문의 가장 밑바탕을 이룬다.우리의 염원인 통일 문제는 더욱 그렇다.분단 이후 남 북한 정권과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논의가 계속됐지만 이에 대한 객관적인 정리는 찾기 힘든 실정이다.이런 상황에서 평화통일연구회 상임연구원 노중선(盧重善.56)씨가 『연표-남북한 통일정책과 통일운동 50년』(사계절刊)을 펴내 주목받고 있다.제목이 시사하듯 섣부른 주의.주장을 삼가고 48년 남한 단독정부 수립부터 지난해 말까지 갈라진 우리 민족에 일어난 크고 작은 일을연대순으로 촘촘하게 되살린다.
『평면적이나마 통일이라는 민족과제를 풀어내는 성실한 기록자가되고 싶었어요.』 盧씨의 작은 소망처럼 기존의 『남북대화백서』『통일백서』가 주로 남북 당국자들의 논의를 모은 반면 『연표…』은 6백여쪽이 넘게 정부는 물론 야당.재야단체.종교단체.연구소.학교.기업.해외교포 등 각종 기관의 통일정책과 제안,그리고주 장을 객관적 입장에서 고스란히 훑고 있다.한 개인의 작업으로는 믿기지 않을 만큼 방대한 분량이다.하지만 盧씨가 이 책에들인 땀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79년부터 조사를 시작했어요.85년에는 당시까지의 결과를 모아 책을 냈습니다.하지만 북한관련 자료의 접근이 불가능해 반쪽 연구에 불과했지요.』 79년은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그가 유신반대 혐의로 5년간의 수감생활을 마치고석방된 이듬해.이때부터 그는 통일의 정답을 찾는 일을 평생의 업으로 선택했다고 말한다.또 이 책이 통일문제를 연구하는 정책담당자.운 동가.학자들에게 요긴하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처음엔 자료집보다 연구서를 구상했어요.하지만 혼자서는깊이 있는 연구가 매우 버거웠지요.설익은 주장보다 충실한 데이터가 선결과제라고 판단,농부가 씨를 뿌리는 심정으로 매달렸습니다.』 어려웠던 점은 역시 자료수집.정부쪽 흐름은 한달에 서너번씩 통일원을 찾았고 민간쪽 움직임은 재야단체에 몸담았던 경험을 살려 주위 인사들을 통해 일일이 모았다.특히 민간인 신분으로 정부쪽 자료를 일일이 열람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그동안 정부와 민간단체는 통일운동에서 다소 대립적인 모습을노출했습니다.북.미관계 완화 등 급변하는 최근의 국제정세 속에서 과거의 대립적 자세는 서로에게 이익이 되지 않아요.』 盧씨는 실천 방안으로 우선 정부측의 냉전식 사고 청산을 들었다.국제화.개혁을 부르짖는 정부가 유독 통일문제에서는 종전의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또한 재야단체들도 달라진 현실을감안,이념논쟁에서 현실적 문제로 눈을 돌려 야 한다고 당부했다.『지난 15대 총선에서 입후보자.일반인 모두 통일논의에 무관심한 현실이 안타까웠다』는 盧씨는 『앞으로 남북대화의 전개과정을 본격적으로 파고들겠다』고 말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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