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드 인터네트 색깔논쟁 국내까지 파급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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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인터네트의 색깔 논쟁,「블루.레드」논쟁이 국내까지 파급될 조짐이다. 국내 인터네트 확산과 관련,청소년들에게 유해한 음란사이트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 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국내 처음으로 음란 인터네트 홈페이지 「에로티카」를 차단한 것이 알려지면서 이 문제가 크게 부각되고 있다.

<본지 5월3일자 23면 보도> 발단은 지난 2월8일 미국 빌 클린턴 대통령이 독일에 이어 두번째로 음란물 검열.처벌을 가능토록하는 새 통신법에 서명한데서 비롯됐다.검열을 기본권 침해로 간주한 인터네트 이용자들은 홈페이지에 파란색(블루)리본을달았고 찬성론자들은 붉은색(레드)리본을 내걸었다.
블루리본 캠페인의 총본산은 전자프런티어재단(EFF).미국시민자유연합(ACLU)등 5개 단체가 결성한 「온라인 의사표현자유협회」홈페이지(http://www.eff.org/blueribbon.htm)다.이들은 자유로운 정보전달과 의사 표현이 허용되는 전자민주주의 구현을 기본이념으로 삼고 있다.
이 진영도 표현의 자유를 외설물 공개.성희롱.어린이 학대 등의 합리를 위한 악용의사는 없다.정작 그들은 음란.외설물 차단을 빌미로 한 정부의 치밀한 인터네트 규제 움직임을 더 우려하고 있다.
레드리본은 「인터네트 검열운동」홈페이지(http://www.
cum.net/)로 연대운동을 펼치고 있지만 세(勢)는 블루리본 진영에 비해 월등히 떨어진다.여기에 가세한 건 빌 클린턴.
봅 도울.패트 뷰캐넌 등 차기대통령 후보경쟁 대열 에 나서고 있는 보수정치인과 기독교연합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들의 주장은 「새롭게 열리는 전자세상의 새 가치관 정립을 위해선 네티즌들이 두려워하는 네트 경찰관이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집약된다.
흥미로운 대목은 레드리본 캠페인에 대한 미국.중국의 연대다.
사실 중국의 경우 인터네트를 통한 음란물과 이데올로기 문제를 동시 차단하고 있는 나라로 유명하다.양측은 현재 공동으로 검열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을 정도다.여기에다 미 마 이크로소프트사가 장담하는 RSAC-I프로그램이 올 연말 상용화되면 양 진영이 모두 만족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청소년들이 음란물에접근할 때 컴퓨터가 자동으로 차단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우리나라에선 레드리본 진영의 목소리가 높다.성인용 잡지.영화가 허용되지 않는 상황이라 그것은 당연해 보인다.
특히 우리에겐 이념적 색깔론까지 겹쳐 있어 사정은 더하다.각종 단체에서 인터네트 음란물 차단조치를 취하고 있는 사이 외무부.안기부에선 북한의 대외선전자료가 무분별하게 인터네트에 오르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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