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탈당 앞날 먹구름 기로에 선 민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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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서울 마포의 민주당사는 요즘 썰렁하다.민주당 이름으로 의원배지를 달게 된 당선자들조차 발길을 끊었다.
북적대던 취재기자들도 대부분 철수,당사 5층 건물엔 사무처 당직자들과 여직원 20여명만이 생기 잃은 모습으로 덩그런 사무실을 지킬 뿐이다.
총선에서 당의 고문과 대표,간판급 스타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신데 이어 이규택(李揆澤)대변인등 당선자 세명이 신한국당으로 떠나버렸다.
그래서 『문닫는 일만 남았다』는 자조와 비아냥이 끈적끈적하게당을 감돌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아직 희망은 남아있다』는 자기최면을풀지 않고 있다.
이부영(李富榮)최고위원은 「총선에서 얻은 2백20만표」를 강조했다.그는 『사표(死票)가 될까봐 기권하거나 다른 당을 찍은유권자들을 감안하면 민주당은 적어도 4백만표 이상의 지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원기(金元基)공동대표는 총선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들었다.민주당을 지지한 유권자중 60% 이상이 『결국 사표가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 투표했다는 것이다.총선에선 졌지만 수백만명의 지지자가,그것도 젊은층과 지식인층을 중심으로 전국에 포진해있다는게 당 지도부의 인식이다.
이들은 일단 대선정국이 시작되면 신한국당.국민회의 할것 없이민주당과 손을 잡으려 안달이 날 것이라고 주장한다.지역정당을 뛰어넘는 민주당의 상징성과 젊은층을 고려할 때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천신만고를 겪더라도 일단 당이 존립하고만 있으면 그 뒤에는 얼마든지 연대.연합을 통해 정국의 고삐를 틀어쥘 수도 있다는게 당 지도부의 판단이다.
金대표는 『연대에는 어느 당이냐가 중요한게 아니다』고 했다.
『지역주의.구시대정치 타파라는 우리 당의 정책을 어느 후보가 지지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신한국당이든 국민회의든 누구와도 연합할 수 있다는 운신의 폭을 보여주는 말이다 .
한발 더 나아가 비록 세(勢)부족이지만 외부영입등을 통해 대선정국에서 독자후보를 내놓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장미빛 구상 앞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다음달 4일벌어질 전당대회가 첫번째 고비.벌써부터 당권을 둘러싼 이기택(李基澤)고문계와 개혁그룹 사이의 반목.갈등이 심상치 않다.자칫당이 깨져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희망은 있다.그러나 과연 그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느냐.』한당직자의 한숨섞인 고민이다.바로 민주당의 현주소인 셈이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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