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칼럼>무료법률서비스 줄이면'버림받은 母性'설땅잃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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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내가 아칸소대에서 법학강의를 시작했던 74년 닉슨대통령은 빈민들을 위해 무료 법률서비스를 펼칠 기관을 마련하는 법안에 서명했다.그리고 이런저런 이유로 나는 그 법률구조기관의 운영을 떠맡게 됐다.
산더미같은 서류작업과 숫자들과의 씨름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게다가 생각지도 못했던 장애와 맞부닥쳤다.일단의 변호사들과 판사들이 빈민들에게 무료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그 어떤 노력에대해서도 난색을 표시하고 나선 것이다.
그즈음 파티에서 만난 한 판사는 내게 『나는 여자 법학교수도,법률구조기관도 필요치 않다』고 단호하게 말하기까지 했다.
그후 몇년간 법률구조기관의 대표로 일하면서 나는 그 판사와 같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그러나 변호사를 구할 수 있는 재력을 가진 사람들 뿐만 아니라 모든 미국인들이 법률서비스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중요하게 인식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특히 이같은 법률구조가 여성들과 어린이들에게 더욱 도움이 되는걸 아는 나로선 최근 의회가 연방예산 지원액을 3분의1로 줄이려는 시도에 대해 유감스럽기 짝이 없다.
이같은 조치는 어떤 부부와 어린 자녀들이 비합법적인 퇴거명령때문에 난방도 되지 않는 차속에서 잠을 자야 하는 결과를 초래할지 모른다.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여인이 그녀의 침실에서 겁에 떨어야 하고 무정한 아버지가 양육비지급을 거절해 어린이가 굶주림에 시달려야 할지도 모른다.
지난해 법률구조서비스에 의해 5백만명에 달하는 미국인들이 민사상 법률적 도움을 받았다.이혼.퇴거.자녀의 양육비 지급 등 단순한 문제들이 대부분이다.종종 간단한 조언이나 편지.전화만으로도 법정밖에서 충분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이 같은 기본적인 도움으로 보다 복잡한 법적 충돌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개인법률회사나 변호사협회 등이 기부금 액수를 늘리고 봉사시간도 증대시키고 있지만 법률구조기관은 여전히 밀려드는 구조요청을미처 다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의회가 사태를 악화시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나는 빈민들에 대한 무료 법률서비스야말로 우리사회를 보다 정의롭게 만들고 법률가들의 근본적인 임무에 가까운 것이라고 믿는다.법률 구조에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바치는 수천.수만에 달하는 변호사들이야말로 법 정신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 람들이다.
〈정리=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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