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자금지원 공문받고 은행가니 퇴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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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미안하지만 담보가 없으면 돈을 빌려줄 수 없습니다.』(J은행 지점 대부계 직원) 『부천시가 보낸 공문에는 우리 회사가 융자대상으로 선정됐으며,제일은행에 가면 지원받을 수 있다고 적혀 있어 왔는데요.』(경기도 부천 소재 중소기업 A사장) 『공문 내용이 어떤지는 몰라도 무조건 융자해줄 수는 없는 일이니 담보를 가져오십시오.』(대부계 직원) 부천에서 중소기업을 하는A씨는 얼마전 부천시로부터 「운전자금 지원결정 통보서」라는 공문(사진)을 받았다.
시장의 직인까지 찍힌 이 공문에는 「귀 업체에 연리 7%의 중소기업 운전자금을 지원키로 결정했기에 통보한다」는 내용과 함께 「5월25일까지 가까운 제일은행 지점에 융자를 신청하라」는글이 적혀 있었다.
그러나 막상 처음 찾아간 제일은행 지점에서는 단번에 퇴짜였다.하는 수 없이 보증서라도 떼기 위해 경기신용보증조합에 알아보니 『별도의 심사를 통과한 업체에 한해 보증서를 떼준다.특히 요즘은 일이 밀려 있으니 신용보증기금쪽에 알아보라 』는 답변이었다.보증기금에선들 좋은 반응이 나올리 만무했다.
속이 상한 A씨는 다시 공문을 보낸 부천시청에 찾아가 따졌다.그랬더니 한 관계자는 『융자업체는 경기 도청에서 선정하고,우리는 공문만 보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그리고는 그뿐이었다.
『이런 게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책인가요.사전 조율도 안된 상태에서 제각기 따로 돌 때,한푼이 아쉬운 중소기업의 입장은 어떤지 아십니까』 A씨는 이렇게 하소연했다.
그는 『언론에 보도된 지원 내용이나 정부 발표 등을 믿고 은행에 가면 허탕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대외용이나 면피성 지원 발표는 차라리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청 중소기업과 관계자는 『경기도금고를 관리하는 제일은행을 통해 상반기중 1천5백여억원을 지원해줄 방침이다.융자대상업체는 우리가 선정했지만 실제로 대출받을 수 있느냐 여부는해당 업체 하기 나름』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일은행 본점에서는 『융자업체를 선정하는 경기도청측이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는지 모르겠지만 융자여부는 은행 업무다.돈을 떼이면 손해보는 곳은 은행인데 무조건 도청에서 선정했다고 지원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김왕기.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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