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보트 시험한 선진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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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나라당과 민주당 양측은 18일 자유선진당 이회창(얼굴) 총재의 ‘입’을 주시했다.

이날 오전 “단독 원 구성이라도 불사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한나라당이나, “실력 저지로 맞서겠다”고 응수한 민주당 모두 여론의 호응을 얻기 위해 우군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입장에선 선진당이 원 구성에 동의해 줄 경우 ‘단독’이란 수식어를 뒤집어쓸 부담을 피할 수 있다. 한나라당 안에선 “선진당이 동조하지 않으면 단독 원 구성을 강행하기 힘들다”는 말까지 나왔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야당이 단결하는 모습을 보여야 힘이 실린다”며 선진당의 지원을 기대했다.

그래선지 18석짜리의 ‘미니 정당’인 선진당은 이날 캐스팅 보트를 확실하게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 총재는 오전 의원총회에서 “협상을 통해 법안의 구체적 내용이나 조항까지 타결돼야 한다는 것은 국회의 본래 기능을 망각한 것”이라며 “선진당은 그동안 필요한 경우 인내심 있게 다른 야당과 공조를 했으나 국민의 지탄을 받는 일이 계속될 순 없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국회가 입구에서 맴돌며 국민의 지탄을 받는 일을 끝낼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일단 ‘부분 원 구성이라도 해야 한다’는 한나라당의 손을 들어 준 셈이다.

하지만 의원총회를 거치면서 “양당을 중재하자”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한나라당의 원 구성 강행에 동참할 경우 생길 정치적 부담 때문이다. 특히 선진당이 마련한 가축법 개정안 중재안에 양당이 모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오자 이 총재는 “본회의 전까지 양당을 설득해 보자”고 말했다. 최종 타결에 이르진 못했지만 이날 오후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3+3’ 회담을 이끌어내는 데도 선진당의 중재안이 역할을 했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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