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한반도기류>9.한국외교의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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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국은 최근의 한반도 주변정세 재편과정에서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한국외교는 이같은 급변기류의 본질을 파악하고 구체적 대안을 마련,탄력있게 대처해 나감으로써 이 도전을 새로운 기회로 전환시켜야할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반도에 밀어닥치고 있는 바람의 진원지는 역시 미국이다.과거 냉전시대와는 달리 미국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한반도 질서재편과정에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다.
한반도 질서재편의 핵심과정인 미국의 대북정책은 한마디로 북한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통한 미국중심의 동북아질서 유지에 목적이 있다.
이 목적을 수행하는 수단이 바로 북한을 국제사회로 끌어내 개방과 개혁으로 유도하는 포용정책이다.이런 맥락에서 한.미 양국정상의 4자회담 제의는 미국의 대북한 접촉에 상당한 재량권을 부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의 영역이 미국의 대북한 접근속도 조정수준을 크게 넘지 못하는 것도 이런점 때문이다.
문제는 한국이 미국의 행보를 조정할 수 있는 외교적 지렛대를가지고 있느냐다.전문가들은 한국외교가 어느때보다 4강외교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미국이 현재의 질서재편을 주도하고 있지만 한반도가 미국이외에러시아.일본.중국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공노명(孔魯明)외무장관이 7일 모스크바에서 갖는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외무장관과의 한.러 외무장관회담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또 한.미 정상이 지난 4월 제주회담에서 합의한 대원칙을 견지하면서 구체적 하부전략을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물론 한국이 북.미간 접촉에 대해 일일이 개입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 스스로 입지를 좁히는게 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특정사안에 대해 북.미간에 필요이상의 속도가 붙을 경우 이를 집중적으로 제어해나갈 외교전략을 개발해야한다. 정부는 이와 함께 한반도평화 4자회담 성사도 중요하지만과연 앞으로 체결될 평화협정에 무엇을 담을 것인지를 충분히 예견,대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외교안보연구원 김성한(金聖翰)교수는 『한반도 긴장은 평화협정이 없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분단구조에서 비롯되는 실질적 문제』라며 『남북한 신뢰구축조치등 평화협정 내용과 북한이 제기할 주한미군의 역할에 대해 한.미 공조를 다져나가는 준비 를 해나가야한다』고 강조한다.이런 기조에서 군비통제.신뢰구축방안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함께 주한미군의 역할을 시대상황에 맞게 재해석하는 문제를 한.미 양국이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충고다.
결국 현재의 한반도 주변 난기류를 극복하는 관건은 우리의 대미외교라고 할수 있다.그 수단은 물론 현실외교지만 이를 뒷받침할 국방력의 확보도 시급한 과제다.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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